세종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가야한다

2009.11.11 10:24:00

미국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만 남부 지역에 있는 실리콘벨리는 온갖 종류의 첨단기술 회사들이 모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은 미군뿐만 아니러 전세계 기술집약산업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와 사업가들로 넘치고 있다. UC버클리, 스탠포드 등 명문대학의 연구기관과 하이테크 산업이 어우러지며 미국내에서도 가장 잘 사는 지역이 되었다.

세종시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파간의 이해득실은 물론이고 차기 정권창출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마저 나오고 있다. 세종시 문제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신뢰성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성이다. 즉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약속을 파기하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두 가지 입장 모두 나름의 명분과 논리를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세종시 문제를 시원하게 풀어낼 혜안을 찾기가 어려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왕에 논쟁이 됐다면 정치인들이 나서기보다는 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세종시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교육을 중심으로 한 경제도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세종시가 인구 50만이 거주하는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관련 기관과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서울대 공대를 이전하고 이미 세종시에 캠퍼스를 마련하기로 한 카이스트의 규모를 키우며 포스텍도 증원을 허용하여 제2캠퍼스 설립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고려대도 세종시에 부지를 확보한 바 있기에 공대를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네 대학이 한 지역에서 같은 분야의 학문을 연구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고, 무엇보다도 이공계 육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맞아 떨어진다. 또한 외국의 명문대학이 세종시에 진출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서울지역에 있는 일부 특목고(외국어고, 과학고)와 국제중도 이전해야 한다.

이 정도만 되더라도 세종시는 교육 특구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팔도에서 몰려든 우수 인재들이 머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묶는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인근의 대덕 연구단지와 클러스터를 이루고 교육과학기술부까지 이전하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세종시 문제는 지역적 또는 정략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된다. 왜냐하면 세종시만큼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을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철도와 고속도로 그리고 공항에 이르기까지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연구 기반은 물론이고 마음만 먹으면 관련 산업과의 연계성도 매우 높다. 이렇게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 미국의 실리콘벨리도 능가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세종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걱정보다 기대가 크다. 더군다나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명칭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국민적 염원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세종시는 인구 50만이 아닌 그 이상의 인구가 상주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행정도시보다는 교육과 과학 그리고 경제가 어우러진 대한민국의 실리콘벨리로 거듭나는 것이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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