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 의미와 과제

2025.07.21 09:10:00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일이 잊히거나 희미해진다. 그러나 잊을 수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우리 교육사에 큰 변곡점이 된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 제주 교사 49재에 이어 18일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보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폭우로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크다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떠나보내지 말고 그 의미와 과제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심각한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의 현실과 심각성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교원들은 ‘좋은 교육은 기다림이다’라는 신념으로 제자와 학부모에게 상처를 받아도 참아 왔다. 그러한 고통을 국가가 알아서 법으로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둘째,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와 책임을 소홀히 하는 사회와 학교 문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왜곡된 인권으로 같은 교실 친구의 학습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늘고, 수업을 방해하고 학칙을 어겨도 교사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민원과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폭언과 들어줄 수 없는 요구가 난무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무분별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교사를 정부나 정치권은 수수방관해왔다.

 

교실 붕괴, 교권 추락 현실 일깨워

교원 대부분 아직도 불안감 호소해

권리·의무 조화 이룬 학교 만들어야

 

셋째, 교직 사회의 단합과 공교육 정상화 의지를 확인했다. 교사들은 단결과 행동을 보였다. 동료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애절함, 투영된 나의 모습과 미래 교육의 절망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노가 어우러져 12차례의 검은 물결이 일렁였다. 올해도 제주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가 함께 처음으로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넷째, 교권5법 개정을 끌어냈다. 그간 산발적 교권보호법 개선은 있었지만 교권5법이 한순간에 개정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교원생활지도권 법제화,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권 보장, 교보위의 지역교육청 이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육감 의견제출 제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무색하게 교총이 2주기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암담하기만 하다. 응답 교원의 80%가 교권5법 효과성 부족과 여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교권 침해와 문제행동 학생 분리도 오히려 신고와 민원 우려, 공간과 인력, 프로그램 부족으로 제대로 시행조차 안 되고 있다. ‘상반기 중 교권 침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48.3%에 달하지만 정작 신고로 이어진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민원과 신고, 교보위 처벌의 효과 미비 등으로 참는다는 얘기다.

 

체험학습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불안감은 극에 달해있고 개정된 학교안전법 효과성은 신뢰를 잃고 있다. 이대로라면 현장 체험학습은 고사해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슬픔을 딛고 일어나 지키고 바꿔야 할 과제가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가 조금 더 아름답고 권리와 의무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 불안한 현장 체험학습을 이대로 둘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교권 강화를 약속했다. 이제 실천을 통해 서이초 교사 순직 3주기에는 바뀐 세상, 나은 학교로 변모하는 모습을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한국교육신문 jebo@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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