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권5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현장 교원 대부분은 실질적 변화와 체감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앞두고 한국교총은 ‘서이초 2주기 교권 실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조사 기간: 7~10일, 조사 방법: 온라인, 총응답자: 4104명)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9.3%는 ‘교육활동 보호에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교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의 동일 문항 조사(73.4%)보다 오히려 악화한 수치다. 이에 대해 교총은 “제도 개선의 효과성이 부족하고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없는 이유로는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학교안전법 등 관련 법령 개정 미흡’(61.7%),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고소에 대한 불안감 여전’(45.1%), ‘학생·학부모의 인식 변화 실천 부족’(41.4%) 등이었다.
이 같은 인식은 교권 침해가 여전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중 48.3%가 올 상반기에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신고로 이어진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 발생 우려’(70.0%), ‘지역교권보호위 처분 효과 미비’(51.4%), ‘하루에도 몇 번씩 사안이 발생해 매번 신고할 수 없어서’(50.2%)였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권 침해 신고를 빌미 삼은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 등 보복의 두려움, 시스템에 대한 불신, 교권 침해의 일상화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각종 제도에 대해 불신과 무용론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수업 방해·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법적 권한은 생겼지만, 실제 분리 조치 경험이 있는 교원은 24.4%에 불과했다. 반면 분리를 원했지만, 실행하지 못한 교원은 42.6%였다. 학생·학부모의 반발 및 민원 우려(67.7%) 때문이다.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의 의견 제출 제도도 77.6%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행 학교민원대응시스템은 87.9%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해서도 57.7%가 부정적이었으며,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7.4%에 불과했다.
각 사안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민원창구를 학교 대표전화나 온라인 민원 대응 시스템 등으로 일원화하고 교원 개인 연락처를 비공개해야 한다’(91.1%), ‘상해·폭행·성폭력 등 중대 교권 침해 발생 시 피해 교사가 희망할 경우 학교폭력예방법과 같이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을 분리토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98.9%) 등이 우선순위에 꼽혔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서이초 교사의 비극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교실은 더 위험해졌고, 선생님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교단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 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아동학대처벌법·학교안전법 등 교권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과 현장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서이초 교사 순직 2주기를 맞아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은 과거가 아니며 현재와 미래에 맞닿아 있다”며 “서이초 선생님을 비롯해 교육에 헌신하다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을 전국 50만 교육자와 함께 깊이 애도하고 추모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권 5법 개정에 기여하는 등 변화는 있었지만, 이후에도 인천 특수교사와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에 2회꼴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지난해에만 3925건의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인권 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원의 인권과 교권도 당연히 보장돼야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