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조선일보”에 보도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대수능)에 영어듣기 문항수를 늘인다는 교과부 관계자의 말에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다. ‘영어 시험을 바꾼다.’ ‘영어듣기로 세계속의 한국인의 모습을 보인다.’ ‘영어 마을을 만들어 실용영어를 고등학교만 나와도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다.’ 등등의 입바른 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뜬소문만으로 일관해 오다가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정말로 이제는 영어가 제자리를 잡아갈 것인지 그나마 안심이 된다. “한국교육신문”에서 대수능 영어듣기 문항수를 50%까지 늘려야 현재 각 학교에 배치되어 있는 외국인 교사의 효율적인 수업이 그래도 그나마 정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정책제언”란에 기고한 이후 나온 말이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학습의 효과는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영어가 살아 있는 영어로 존재할 수 있다. 중학생이 되어도 아니 요즘은 초등학교 이전의 유치원 아이만 해도 웬만한 단어를 외우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알고 있는 만큼 구술에선 부족한 면이 너무 많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면서 배운 영어가 무엇을 위해서 쓰이는가? 전문잡지를 읽기 위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외국에 가서 살기 위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한국인으로서 외국인과 효율적인 대화를 통해 문화적인 교류 및 친선을 도모하는데 있다. 전문적인 공부는, 더 수준 높은 과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교과부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 외국인 교사를 배치하여 누구나 영어를 구사하여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멀리 안목을 넓히는 길을 터주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가 유명무실로 이어지고 오히려 한국이 영어권 민족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천국으로 만들어 버리는 꼴이 되고 있지 않은 지. 심도있게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국인 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그들이 각 학교에서 학생들의 영어 회화 능력을 얼마나 잘 할 수 있게 하였는지 그 성취지표도 없다. 그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호기심이기보다는 비싼 세금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 지. 내면으로 그들을 비난하는 한국인 교사들이 있음을 심각하게 알아야 한다. 때문에 외국인 교사도 살리고, 영어 회화도 각 학교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퍼져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길은 말 그대로 대수능에서 영어듣기 시험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학부모들은 대수능에 지극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영어듣기 문항수를 늘리면 누구나 영어회화에 귀를 기울임은 물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회화를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효과를 자아낼 것이다. 그 첫째 방안이 다름 아닌 중학교 내신고사 영어시험 문제가 듣기평가 중심으로 전환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사교육비를 늘이는 방안이 영어듣기로 인해 늘어난다고는 보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충분히 영어듣기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고, 영어 마을에서도 학생들의 영어 학습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각 학교에 영어과 교실, 영어랩실 등을 마련하고 있어 영어듣기 문항수를 대수능에 반방영한다면 외국인 교사의 성공적인 활용과 현장교사들의 살아있는 영어학습.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외국인과 대화를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은 영어가 외국인의 말이기 때문이고, 한국어로 대화를 해서는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속히 영어듣기 문항수를 늘려 시행한다면 영어회화 구사력이 일반학교나 특목고학교에서나 학생들 모두의 입에서 하나같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