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庚寅)년에 바라는 교육적 소망

2010.01.07 23:10:00

 경인년 호랑이 해가 밝아왔습니다. 무속에 의하면 호랑이는 강력한 지도력을 의미하면서 사악한 귀신을 쫓아내고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무서운 기백을 안고 달려가는 호랑이의 그림을 집안 곳곳에 걸어두는 경향이 많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난 해에 부족했던 여러 가지가 올해에는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이 교육소망에서 일어나기를 빌어 본다.

현장에서 이것 저것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챙겨보면 올해에는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시급한 첫 과제는 교사들의 소망인 수석교사제인 것 같다. 학교에서 학업성취도를 높여야 한다. 장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수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수업의 달인을 만들어야 한다. 등등의 소리가 허울 좋은 잣대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게 했다.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달인이 수석교사가 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수석교사가 수업을 잘해야만 되는 그런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수업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수업의 연구를 어떻게 잘 하고 있는 가를 봐 줄 수 있는 자가 현재 수석교사로 등장되어야 한다.

수석교사에게 아무런 조건도 명분도 없이 타 교사의 수업을 보고 평가하고 그리고 설문조사를 받아 무엇을 어떻게 지적해 주고 어떤 면을 칭찬해 주어야 하는. 그런 세세한 부분을 할 수 있는 자가 현장에는 부재하기 때문에 수석교사가 필요한 것이지, 수석교사에게 권한을 많이 주고 수당을 많이 주고 하는 것에 진정한 본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자리에 해당하는 명분과 수당 그리고 직위에 맞는 교감급 또는 교장급 대우를 해 준다면 그 누가 승진에 목매고 자기관리를 위해 젊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보다 진급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교육풍토는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는 인문계 고등학교 수능 이후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교육부의 방안이 절대로 필요하다. 무방비 상태로 현장교육에 맡긴다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엄연히 학교 교육과정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일선학교다. 이런 상태에서 수능 이후의 고3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대책을 교과부에서는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금의 대수능 체제는 학생들의 철저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대수능 원서를 서울에서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점수에 맞는 대학에 붙는 철저한 대학 서열주의로 인해 죽어가는 지방대학들의 재정적자는 곧 국고의 지방대 지원을 자초하고 이는 국고낭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대수능 지원을 지역에 각 1개 대학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서울이면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1개, 수도권에 1개 대학 등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방대학들의 재정적자는 계속될 것이고 대학교수들의 자리는 학생들 유치로 인해 세일즈맨으로 더욱 둔갑할 것이다.

대학에 있는 교수들이 연구를 할 생각보다 자신의 밥그릇 챙기기 위해 전국 고등학교로 다녀야 하는 지방대 교수들의 하소연도 한 번쯤은 귀기우려 보아야 한다.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 찾아오는 교수 중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수들이 찾아 오는가? 수도권 중심 대학들은 종합적인 입학 설명회를 개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왜 이들 학교는 이런 태평성대를 누리게 보호하고 있는가? 게다가 편입생 제도를 도입해 지방대 학교를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다. 지방대에서는 편입에 응시하지 못하는 방안으로 학점을 고려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 현재의 입시체제다. 대학에 입학하는 우수한 인재가 전국 곳곳에 고루고루 나누어지면 대학의 기능이 살아날 수 있고, 편입생 제도를 폐지하면 지방대의 황폐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전문계고의 5년제를 부활하여 전문계고의 제기능을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등등 이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실제 국가가 원하는 방향대로 학생들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일반계고와 다르게 배정해야 한다. 이들은 소위 일류대를 가기 위한 입학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대학에 입학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들 학교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문교과에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일반계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은 과감하게 줄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고입전형은 전문계고와 인문계고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이 이제는 시행되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새해에는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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