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으로 인성교육을 하면서

2010.04.29 10:32:00

우리 학교는 매주 화, 목요일 아침 7시 40분부터 10분 동안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두 국어선생님께서 번갈아 한 문장씩 읽고 해석해주고 나서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독서 및 인성노트에 문장과 음과 뜻을 적은 후에 자기의 생각을 적는다. 이렇게 해서 학교생활의 하루를 열어간다.

벌써 16째 문장을 다루었다.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이 16번째 시간이 된 셈이다. 이 시간이 되면 필자도 명심보감을 펴놓고 강의를 듣고 자신의 되돌아본다. 오늘 문장은 ‘種瓜得瓜(종과득과)요 種豆得豆(종두득두)니 天網(천망)이 恢恢(회회)하여 疎而不漏(소이불루)니라.’ 이 말의 뜻은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으니,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서 성글되 새지 아니하느니라.’

자연의 법칙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심는 대로 거두는 원리다. 농부가 가장 많이 그리고 직접 체험하는 바가 아닌가?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어깨 너머로 농사짓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콩을 심는데 팥을 얻지 못한다. 진실을 심으면 진실을 얻고 거짓을 심으면 거짓을 얻는다. 선을 심으면 선을 얻고 악을 심으면 악을 얻는다. 그런데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실천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남이 볼 때는 선을 잘 행하고 바른 일을 잘 하지만 보이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나쁜 습관을 고치지 않고 계속 하면 때가 되면 나쁜 결과를 얻게 된다. 새벽에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고 신호를 무시하며 달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으면 언젠가는 걸리게 되어 있다.

배우는 학생이 공부의 씨앗을 심어놓으면 공부의 결실을 얻게 되어 있다. 남이 보든 보지 않든 딴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부지런히 하면 그 결실은 반드시 보게 된다. 노력없이 적당히 공부하면 거두는 것도 마땅하지 않게 된다,

‘天網이 恢恢하여 疎而不漏니라’는 말에 생각을 오래 머물도록 했다.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 엉성해 보여도 새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늘의 그물이 엉성하게 보여도 다 걸리게 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죄 지으면 다 걸리게 되어 있다. 때로는 법망이 엉성하다 하면서 피해도 때가 되면 걸리게 되어 있다.

죄를 지으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 나쁜 짓 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나쁜 짓 하는 것 좋아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의 살핌이 어설퍼 보여도 때가 되면 걸리게 되어 있다.

학교의 교칙이 疎(소)하다고, 엉성하다고, 큰 효력이 없어 보여도 학교의 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때가 되면 딱 걸리게 되어 있다. 그물에 걸리는 것은 고기이다.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죽게 마련이다.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쳐도 머지않아 곧 죽고 만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만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심는 대로 거두는 법칙이다. 사람 삶에 있어서 바른 것이라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사회를 유지시키는 길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유익을 주는 것이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지키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부터 작은 것 하나 실천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천망회회, 소이불루’라는 뜻을 새기면서….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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