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까마귀 단상(斷想)

2010.07.06 17:47:00

애들이 시험을 치고 일찍 집에 가니 학교가 너무 조용하다. 조용하고 한가해서 좋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무의미하다. 학생들이 없는 선생님도 무의미하다. 학생들이 없는 행정실 직원도 무의미하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어느 책을 읽는 중에 독수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독수리에는 골치 아픈 상대가 몇몇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까마귀다. 까마귀는 까악까악 음산하게 울면서 끊임없이 독수리를 괴롭힌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면 으레 까마귀가 그 뒤를 쫓아가며 성가시게 굴기 시작한다.” 그래서 독수리는 2m가 넘는 날개를 쫙 편 채 온난기류를 타고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독수리는 어떤 새도 살 수 없는 고도까지 이른다. 그 높이에서 까마귀는 숨조차 쉴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까마귀와 같은 장애물이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까마귀는 어떤 장애물일까? 어떤 사람과 같은 존재일까?

깨끗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이에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보려고 하는데 거짓말을 하도록 유혹하는 장애물이다. 욕설을 하고 싶지 않은데 욕설을 하도록 유혹하는 장애물이다. 진실되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술을 배우지 않고 싶은데 술을 권하는 이, 담배를 배우고 싶지 않은데 담배를 권하는 이 등 이와 같은 이는 까마귀가 같이 성가시게 하는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까마귀와 같은 장애물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독수리에게서 배우면 될 것 같다. 독수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하여 까마귀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독수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2m가 넘는 날개를 가지고 활용하는 것이다. 날개를 쫙 편 채 온난기류를 타고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까마귀의 활동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싸우게 된다. 다투게 된다. 스트레스가 된다. 자신도 그렇게 된다. 그래서 조금 힘이 들더라도 까마귀가 날 수 없는, 살 수 없는 곳까지 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물에 구애받지 않고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술, 담배 권하는 이와 만나면 벗어나야 한다. 자기의 장점을 살려 그것에 몰두해야 한다. 술, 담배 권하는 이들의 유혹을 벗어나려면 독서에 빠지면 된다. 입으로 유혹하면 눈으로 대응하면 된다. 입으로 유혹하면 귀로 대응해도 된다. 음악을 즐기면 된다. 눈으로 유혹하면 발로 대응해도 된다. 운동을 하면 된다. 이렇게 유혹하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거짓말 하는 이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욕설을 잘하는 이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곁에서 떠나야 한다. 욕설을 잘하는 이를 만나면 귀를 막고 입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입으로 유혹하면 귀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물이 들지 않는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말도 같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까마귀가 항상 좋은 성품을 유지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하면 까마귀를 피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성품을 유지하는 길이 된다.

나는 독수리다. 나는 까마귀가 아니다. 나는 닭도 아니다. 나는 칠면조도 아니다. 독수리는 독수리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어울려 살 수는 없다. 자기의 장점을 살려 높이 날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가 살아남는 비결이다.

우리가 사는 삶 속에는 반드시 골치 아픈 장애물이 있다. 그것 무서워하지 말고 그것을 뛰어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로운 자는 자기보다 못한 장애물 앞에서 끙끙거리지 않는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가볍게 뛰어넘는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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