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르는 음덕을 쌓아라

2010.07.27 10:05:00

명심보감 여섯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司馬溫公(사마온공)이 曰(왈) 積金以遺子孫(적금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守(능진수)오 積書以遺子孫(적서이유자손)이라도 未必子孫(미필자손)이 能盡讀(능진독)이니 不如積陰德於冥冥之中(불여적음덕어명명지중)하여 以爲子孫之計也(이위자손지계야)이니라.” 

‘사마온공이 가로되 금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 줄 지라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지키지 못하고 책을 쌓아서 자손에게 남겨 줄지라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읽지 못하니 남모르는 가운데 음덕을 쌓아서 자손의 계교를 쌓는 것만 못 하느니라.’

사마온공은 북송의 정치가이며 학자이다. 이름은 광(光)이고 자는 군실(君實)이며, 온국공(溫國公)에 봉해졌으므로 온공이라 칭하였고 시호는 문정공(文正公)이다.

사마온공은 자식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자식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돈을 좋아한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명예도 살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친구도 얻을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좋은 사람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모아서 그 돈을 자식들에게 물러주려고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돈이 만사형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돈이 주는 이점도 있지만 돈이 주는 해로운 점도 많다.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 방탕하게 한다. 무질서한 삶을 살게 한다. 돈이 있으면 없는 사람을 차별대우한다.

사마온공은 돈이 주는 이점보다 돈이 주는 해로운 점을 알았기에 돈을 자식에게 물러주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돈은 본인이 모아야 돈이 귀한 줄 알고 돈을 잘 관리하지만 자기가 모은 돈이 아니면 돈의 귀한 것을 몰라 돈을 물쓰듯이 쓴다. 그것도 가치 있는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무가치한 곳에 쓰고 만다. 이러면 돈도 다 없애게 되고 사람도 다 망치게 된다. 그래서 돈을 모아서 자식에게 물러주려고 애를 써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책을 많이 사서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이 귀한 줄 알고 책 속에 지혜가 있고 지식이 있고 보화가 있는 줄을 알아 돈보다는 책을 물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도 마찬가지다. 책이 귀한 줄을 알고 책을 사서 읽게 한다고 책을 읽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자녀들이 자기집의 책들을 과연 얼마나 읽을까? 자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산 책도 잘 읽지 않는데 부모님이 필요하다고, 중요하다고 산 준다고 그 책을 잘 읽겠는가? 분명히 읽지 않을 것이다. 읽지 않은 책은 쓰레기와 마찬가지다. 값비싼 쓰레기가 되고 만다. 하나의 장식품밖에 더 되겠나? 그러니 사마온공은 책을 사서 물러주려고도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면 무엇을 하라고 하였나? 모아둔 그 돈을 가지고, 책을 사 둔 그 돈 가지고 주위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베풀라고 하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제대로 없는 분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라고 한다. 입을거리가 없는 분들에게 입을 것 제공하라고 한다. 자식이 몰라도 괜찮다고 한다.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도, 선행은 향내로 다 알게 된다. 그러면 자식도 부모님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을 베풀며 살게 되는 것이다.

재물 많은 것 자랑 말고, 집에 책 많은 것 자랑 말고, 집에 비싼 장식품 자랑하지 말고, 남에게 베푼 덕이 많음을 자랑해야 한다. 집에 돈 많다고 자랑하면 무엇 하나? 내가 가진 돈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 보살펴준 것 그것 뿌듯하게 생각해야 한다. 집에 책 많으면 무엇 하나? 한 권이라도 읽은 것 있으면 그것 자랑해야 한다. 그것 남에게 말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값지겠나?

돈 없다고 주눅들지 말고, 책 없다고 기죽지 말고 돈이 없어도 어깨 펴고 떳떳하게 살면, 남을 도우면서 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책 없어도 책 읽은 것 많은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특히 가진 돈, 가진 책 없어도 남들에게 베푼 덕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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