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0.09.20 10:17:00

학교의 교사들은 단위 수업시간에 교수·학습의 적절한 과정과 효과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학생들을 수업목표에 도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성공적인 수업은 교사와 학생들의 바람직한 교수·학습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생들의 교수·학습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질과 노력 못지않게 학생들의 의욕적인 학습참여가 중요하다. 교사 1인이 제한된 시간에 다수인 학생 모두를 수업목표에 도달하게 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수학 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학습 의욕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수업목표에 근접하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흥미가 없는 학생들도 많다. 흥미가 부족한 학생들은 주로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선수학습 학력이 부실하여 새로운 학습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운 학생들이다. 또 이미 선행학습(미리 공부함)을 하여 정규 수업시간의 학습에 호기심이 유발되지 않는 학생들이다.

이렇게 흥미가 부족한 학생들은 학습에 열중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선행학습으로 학습되어진 내용(이미 알고 있는 것)을 수업시간에 다시 공부하게 되면 자신감에 차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상승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자만심으로 학습의 전 과정을 간과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일탈행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성장발달단계에 알맞게 구성되어 있다. 많은 교육과정 전문가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학교교육과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간 학습활동 계획도 교과간의 연계를 고려하고, 계절적 요인까지 감안하여 적기에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기에 모든 학습의 적기는 학교교육과정의 프로그램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남보다 빨리 알게 하고, 남보다 빨리 더 잘 하길 원한다. 그래서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다. 선행학습과 본시학습을 적절하게 연계하여 성공적인 심화학습이 되기를 기대하지만 어린 학생들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유불급이라고나 할까!

한때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성행했던 때가 있었다. 언젠가는 그 1년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대입·취업 등). 그러나 그런 학부모들로부터 괜히 1년 빨리 입학시켰다는 말을 듣곤 했다. 동 학년 또래들보다 한살이 적으니 항상 어린 축에 속한다. 학년이 올라가도 또래들에게는 언제나 한살 어릴 뿐이라고, 체력도 정신력도 학력도 사회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기입학의 빈도가 줄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학습해야 할 것들을 미리 배우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 개발, 두뇌 개발, 바른 습관 형성, 독서의 습관화 등의 조기교육은 매우 필요하지만, 문자교육, 숫자교육, 초등학교 교육과정 등을 선행학습으로 배우는 것은 참다운 조기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적기에 학습하면 미리 배울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워 성공적인 학습이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학습에 대한 흥미도 많아진다. 적극적인 학습 참여는 학습의 전 과정에 걸쳐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문제해결력을 신장 시킬 수 있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바람직한 학습태도가 형성되어 교사와 또래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며,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교생활이 재미있게 된다. 특기적성 계발 목적이 아닌 교과학습 위주의 선행학습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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