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6.저녁 8시. 모 방송국 뉴스에서 서울시교육청 미혼모 학습권 보장이라는 자막 뉴스를 내보냈다. 지금까지 일선 학교에서는 교내에서 남녀 학생들의 이성 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지도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비록 남녀 학생들이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지만, 남녀 학생들이 교내에서 자유롭게 만나 서로 간의 애정 표현을 한다거나 손을 잡고 다니거나 하는 것도 엄히 지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학교 교칙에도 남녀간의 불미스러운 이성 관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까지 명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의 미혼모 학습권 보장은 파격적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통계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한해 약 5-6천명 정도, 청소년 임신은 연간 약 1만 5천 명이 넘는다. 청소년 성경험 시기가 빨라지면서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미혼모 중 십대들이 차지한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한다. 또 최근 정부의 불법 인공임신중절 단속 방침에 따라 청소년 미혼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미혼모교육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청소년 63명 미혼모 중 71.4%는 임신 당시 학업을 중단한 상태고,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린 학생은 모두 휴학, 자퇴를 권유받았고, 이들 중 87.6%가 학업을 지속하기를 바랐고, 그 나머지는 경제적 어려움, 아기 양육 어려움, 복학 및 전학 어려움으로 학업을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 및 청소년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사회의 성원이 될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함을 정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마땅히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청소년기의 학습권에 차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학교 당국도, 정부도, 사회도 이를 용인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문제다. 그러면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청소년 미혼모 문제가 한국보다 훨씬 더 앞선 미국에서는 2002년 조사 통계에 의하면 15-17세 사이의 십대 미혼모 가운데 10%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출산 후 33%만이 학교를 졸업했고, 십대 미혼모 약 80%는 복지수급 대상이 되어, 이 가운데 75% 이상이 출산 후 5년 이내에 복지지급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청소년 미혼모는 미국에서조차도 미혼모로서의 길을 잘 개척해 나가기보다는 오히려 출산한 아이의 돌봄까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됨으로써 산모와 아이의 장래에 희망보다는 불행이 놓여 있음을 예견케 했다. 한국의 청소년 미혼모는 한국의 정서상 가정에서도 용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가출 소녀들이 되어 보호소나 은신처를 정해놓고 간신히 살아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칙에 규정돼 있는 성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루빨리 재정비 해야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미혼모학습권 그 자체를 중히 여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탄력성있게 대응해 나가는 학교의 개방교육이 더 시급한 실정은 아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