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는 말한다 <6>

2011.01.12 09:54:00

말과 수업

 각급 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텅 빈 학교도 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학생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 학교는 그래도 인문계 고등학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의 숨소리가 찬 교실을 녹이고 있다. 눈이 내려도 영하의 날씨에도 학생들은 학교를 따뜻한 온실처럼 찾아온다.
 
배움이 그리워서 찾아오는 이도 있지만, 갈 길을 가야 하기에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교실에서 자신의 열을 베풀어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시간마다 바뀌는 교사의 따뜻한 온기의 말은 거침없이 쏟아져 온풍기에 실려 교실을 가득 채운다. 방학이라 교실마다 학생으로 가득차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움으로 열정을 태우는 학생들이 많기에 교사의 목소리는 쉴 줄 모르고 분수처럼 쏟아진다.

교사의 말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음계를 밟아야 한다. 봄에는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는 난로의 열기보다는 새싹이 움을 트면서 땅을 치솟는 억양이 학생들의 움츠린 마음을 살아나게 하는 것 같고, 한여름의 교실에서는 겨울철의 고드름처럼 차고 날카로움보다는 시원한 음료수처럼 뱉어내는 여유가 있어야 학생들의 짜증나는 더위에 교사의 말이 싫증나지 않는 것 같고, 가을에는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여유있는 농담과 이것저것 주어모아 잡탕을 만드는 그런 함박 웃음을 만들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요즘 같은 겨울에는 학생들이 움츠리고 학업에 열정을 갖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책에 몰두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옛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구수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한시간의 수업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말은 하면 할수록 구수해지기 마련이다. 말은 만들기 시작하면 수만은 조합이 이루어져 수학공식을 방불케 한다. 시인은 범인들이 쓰는 평범한 말을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말의 요술사다.

그러기에 시인은 말로 세상을 돌아다니고 말로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 교사 또한 말로 학생들의 한 시간을 이끌어 가는 요술쟁이다. 똑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반응은 달라진다. 어떤 교사는 제스처를 첨가해서 말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교사는 문답으로 말하는 이가 있고, 어떤 교사는 가만히 서서 말한다.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교사가 한 시간에 학생에게 말로써 교사의 모든 것을 전달하는 시간이다. 두 시간의 분량을 한 시간에 할 수도 있고, 한 시간의 분량을 두 시간에 걸쳐 할 수도 있는 것은 교사의 말의 재량에 달려 있다. 어떤 말로 어떻게 그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학생들의 뇌리에 심어주느냐는 그 수업시간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교사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말은 인간의 감성에 따라 달라진다.

수업 분위기가 좋은 반에 들어가면 아니 교사가 기분이 좋아서 수업을 하게 되면 교사의 뇌리에서는 있는 것 없는 것이 잠재의식에서부터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끝없이 펼쳐져 나온다. 왜 그럴까? 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서서히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이 한 시간이 왜 이렇게 좋았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교사가 수업권을 잡고 있었을 때다. 수업 준비를 많이 하고 수업 시간에 들어가면 마치 자신이 말의 마술사가 아닌가 착각을 일으킬 때가 간혹 있다.

그러기에 너무 많은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우수마발을 다 이야기하게 되어 학생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재미있게 듣고는 있지만 교사의 진도는 원하는 것만큼 나가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기에 교사는 청산유수처럼 말을 요리하는 기법이 타고나기보다는 말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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