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교육 필요하다

2011.05.02 11:39:00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종종 학생들과 함께 학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기숙사에서 자면서 생활을 한다. 어제도 학생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이리저리 거닐며 쉬고 있었다. 한 학생이 빵 종류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름을 불러 가까이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먹고 있는지 물었더니 저녁은 먹지 않고 빵 종류의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었다.

'오미구상'(五味口爽)이 생각이 났다. 맛있는 음식은 입을 상하게 한다는 뜻이다. 학교식당에서 준비하는 음식으로 족할 텐데 왜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는지 알 수 없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늦게까지 공부하고 긴장이 되어 밥맛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에서 규칙적인 식단으로 식사를 했으면 좋으련만….

오미구상(五味口爽)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五色令人目盲 (오색영인목맹)-화려한 색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눈은 멀게 된다. 五音令人耳聾 (오음영인이롱)-세밀한 소리를 추구할수록 인간의 귀는 먹게 된다. 五味令人口爽 (오미영인구상)- 맛있는 음식을 추구할수록 사람의 입은 상하게 된다. 難得之貨令人行放(난득지화영인행방)- 얻기 힘든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면 사람의 행동은 무자비하게 된다.”

맛있는 것만 골라 먹으면 어찌 되나? 입안이 상할 뿐만 아니라 몸도 상하게 되고 건강도 해치게 된다. 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꼭 먹어야 할 야채, 나물 종류의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자기 입에 맞는 고기 종류, 인스턴트 종류의 음식은 남기지 않고 잘 챙겨 먹는다.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입에 쓴 음식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맛이 없어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음식에 대한 절제의 가르침이다.

노자께서는 맛난 음식만 먹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아니라 화려한 색, 세밀한 소리, 귀한 물건만 좋아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노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절제에 대한 말씀이다. 사람의 욕망 따라 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좋은 옷 보면 꼭 입고 싶어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이 있으면 꼭 듣고 싶어하고, 갖고 싶어하는 물건 있으면 빚을 내어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절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즘은 버려야 할 것을 가지려 하고 가져야 할 것을 버리는 세대가 아닌가 싶다.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나쁜 줄 알면서 그대로 하려 하는 이가 많다.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습관은 분명 나쁜 데도 음악을 듣지 않으면 공부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쁜 습관을 그대로 고집하는 이는 노자님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10분 지나지 않아 자판기에 가서 빵을 사 먹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영양분의 식단을 짜서 식사를 제공하는데 그것이 모자라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다른 음식을 입에 무는 이는 오미구상(五味口爽)의 뜻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기 싫어하고 사복을 즐긴다. 사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습관이 있다. 그것 또한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이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옷, 화려한 색, 이름 있는 옷을 너무 좋아해서는 안 된다. 절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한 눈은 자꾸 멀어만 갈 것이다.

값비싼 옷, 신발, 명품 가방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람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보기 흉한 사람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있는 것으로 족하고 가진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절제의 교육은 꼭 필요하다. 음식에 대한 절제, 소리에 대한 절제, 색에 대한 절제, 물건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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