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에서 영어교육처럼 학습자의 배경변인(사교육의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교과도 없다. 특히 듣기 말하기 등 표현활동이 강조되면서 원어민과 잦은 접촉 경험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사이에는 심한 학습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 격차는 학년이 올라 갈수록 누적되면서 전체 학교생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교생활 부적응학생 대부분이 국·영·수 등 기본교과이자 가장 많은 단위를 이수해야 하는 교과에서 학습곤란을 겪는 학생들이다. 학교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본영역 교과목의 시간에 교사의 말을 듣고도 의미 파악이 안 되고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자연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영어학습 능력이 학교생활에서 최고의 경쟁력이 되고 미래 삶의 최고의 자산이 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또는 와해된 가정형편 탓에 영어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또한 안타까운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는 교육현장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방법의 영어 교수·학습법이 소개되고 활용됐었다. 그러나 영어학습과 실생활이 격리되어 있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언어환경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여러 영어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어교육에 대해서만은 백약이 무효였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고르디우스매듭’이라는 것이 있다. 고대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는 고리디우스의 전차가 있었고, 그 전차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 매듭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그 매듭을 풀 수 있다는 신탁과 함께. 동방정벌에 나섰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 지역을 지나가던 중 그 얘기를 듣고 칼로 매듭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우리 식 표현으로 하면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것을 단칼에 자른다는 ‘쾌도난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는 영어 교육은 끝이 보이지 않는 늪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는 원어민을 투입해도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 어려운 영어교육에 모처럼 만에 제대로 된 처방이 등장한 것 같다.
지금 충남도 초·중·고교 교육현장에서는 ‘영어교과서 외우기 수업’이라는 해법이 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교육현장에 수 십 년간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던 영어교육에 고르디우스 매듭을 해결한 알렉산드로스식 처방이 제시된 것이다.
큰 소리로 영어교과서를 읽고 외우는 ‘영어교과서 외우기 수업’은 표현력, 이해력, 활용력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교수·방법으로 제시되었다.
혹자는 스마트학교, 스마트 교육이 시대의 화두인 오늘날 웬 고리타분한 외우기 논쟁이냐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뇌과학자 가와시마류타교수는 소리를 내어 외우는 것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는 ‘다음 날 할 일을 생각할 때, 간단한 계산문제를 풀 때, TV를 볼 때, 소리를 내서 책을 일고 외울 때’ 등 일상의 네 가지 활동을 할 때의 뇌 활동 모습을 조사하여, 구구단과 같은 간단한 계산을 할 때와 소리 내서 책을 읽고 외울 때에 뇌의 전전두엽(preforntal)부분이 가장 활성화된다는 것을 밝혔다. 전전두엽이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의 영역으로 언어, 기억, 추론, 의사결정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영어교과서가 최첨단 스마트 기기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가능하고 활용이 가능하다. 영어교과서만 있으면 큰소리로 읽고 외우기가 가능하다. 평가는 학습내용과 방법을 더욱 알차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교과서 외우기수업’은 무척 획기적이다. 누구나 확인과 평가가 가능하다. 틀린 부분은 없는지 잘 외우고 있는지를 부모님이, 삼촌이, 나이 어린 누이가 평가를 해 줄 수 있다. 영어교과서 외우기를 통해 원어민과 접촉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게 가졌다는 이유 탓에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스마트교육이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지능형 맞춤 교수·학습체제.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 등 교육체제 전반의 변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소질이나 수준에 맞는 학습이 가능한 미래인재양성시스템-교육과학기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