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초리 드는 교사가 되고 싶다 ⑤

2011.08.23 09:52:00

회초리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은 어떨까? 학교에서는 학생 관련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학부모는 학교에 오기 전에 미리 학생과 통화를 하여 대체로 알고 있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도 정작 학교에 와서는 교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의 우를 들추어 내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학생부장으로 1년 동안 있어본 적이 있다. 1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이라 사건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학교에서 학생이 생활하다 보면 학업 외 다른 것에 관심을 보여 사고를 일으키는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학부모는 학교에 오기 마련이다. 자식의 잘못으로 학교에 오든 그렇지 않아서 오든 학교에 오면 담임 교사가 나이가 어리다고 하여도, 학부모가 학식이 높다고 하여도,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학생을 감싸기에 급급하고 자신의 위상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아쉬운 마음만 생긴다. 하지만 어떤 학부모는 학생이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교사는 교사 이전에 인간이기에 때로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더 앞서는 경향도 있다. 그러기에 화가 나면 학생을 삿대질도 하고, 회초리로 다스리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화난 순간이 돌아서면 '어린 아이 앞에서', '그래도 교사인데'하면서 후회를 몇 번이고 할 때도 있다.

요즘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을 나무라기 이전에 학부모를 나무라고 싶을 때가 많다. 학생이 말을 듣지 않아 학부모를 학교에 오시라고 하여 대화를 하다 보면 학부모가 오히려 자식을 감싸면서 “통제하기 힘들다. 내 말을 안 듣는다” 등등의 푸념을 토해내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학교에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할 것이라면 왜 학교에 왔는지. 또 학교에 와서 사건 경위를 알아보니 학생의 잘못도 크지만, 교사가 회초리라도 들었을 때, 교사의 흠을 지적하여 학생에게 사과를 하여야 한다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태도를 볼 때면 왜 학부모의 아들이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될 때가 많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편견은 최근에 들어 더욱 잦아지는 것 같다. 교사이기에 그래도 선생님인데 하면서 겉으로는 마치 선생님을 존경하는 투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표현하지만 속으로는 교사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는 이중의 잣대를 추리해 낼 수 있다. 교사는 그러면 안 된다. 선생님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교사에 대한 전통적인 존경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

교사는 우리 사회의 전통을 지켜가는 마지막 보루다. 그래서 예전에는 교사는 한 마디의 말도 함부로 하기가 무서웠다. 행동을 함부로 하기에도 조심스러웠다. 그런 상황이 왜 오늘날 가식적인 소리로 들리게 되었고 겉치레로 시기의 소리로 메아리치고 있는 지. 시대는 답을 준다. 교사가 넘쳐나는 시대다. 조선조 후기에 양반의 숫자가 늘어나 양반에게 줄 녹봉이 부족해지자 과거에 합격한 자만 녹봉을 주었다. 옥석을 가리는 시대에는 옥이 될 수 있도록 갈고 닦아야 한다. 옥이 진흙 속에 묻혀 있어도 옥은 옥이지만, 그것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옥으로서의 유용성은 평가받을 수 없다. 교사라는 신분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간다면, 오늘의 하루도 맑은 하늘이 나의 바른 회초리에 힘을 실어 주고, 푸른 창공의 맑은 공기도 나의 바른 가르침에 삶의 향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