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의 할 일 (9)

2011.11.30 22:22:00

오늘 수험생들은 수능성적표를 쥐게 된다. 성적표를 보고 한없이 낙심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가 많을 줄 안다. 근심이 쌓이기도 할 것이다. 하나도 자신이 없고 방향이 잡히지 않고 분별력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어찌할지 몰라 근심, 초조, 불안에 떨게 될 것이고 잠이 제대로 오지 않게 되고 밥맛이 달아날 것이다.

채근담에 보면 “매사에 근심하고 부지런함은 미덕이긴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정도로 하면 천성에 따라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매사에 근심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근심이 지나치면 기쁨을 앗아가고 건강을 빼앗아간다. 너무 고통스러울 정도로 근심해서야 되겠나? 그럴 필요가 없다. 여유를 가져라. 낙을 잃지 말라. 방향을 잃지 말라.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방향만 잘 잡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가야할 길이 바르면 된다. 옳은 방향이면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기회를 놓치면 내년에 기회를 얻으면 된다. 남보다 앞서가려고 속도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나의 목표지점을 향해 가기만 하면 된다. 방향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유턴하면 된다. 방향이 잘 잡혀 있으면 출발이 조금 늦는 것은 문제 없다. 속도가 조금 느린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근심하지 말고 나아가야 할 방향, 목표지점, 도달점을 잘 정해라. 그 길로 향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라. 옆눈 팔지 말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라. 동물 중에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이 치타라고 한다. 치타는 먹이사냥을 할 때 처음 정한 먹잇감을 향해 달린다고 한다. 쉽게 잡을 수 있는 동물 잡으려고 하지 않고 오직 세웠던 그 목표를 향해 달리고 달린다. 그리고는 목표를 이룬다고 한다.

일이 막혔다고 해서 자포자기한다는 것은 수험생의 자세가 아니다.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해 이제 출발점에 놓여 있는데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낙심하고 실망할 일이 아니다. 채근담에 보면 “사세(事勢)가 궁하고 불리한 사람은 마땅히 그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이 어떠했나? 그 마음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또 채근담에는 “공을 이루어 크게 성공한 사람은 그 말로를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수능결과가 좋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뽐내도 안 된다. 시작이 좋다고 항상 끝이 좋은 법이 아니다. 일승일패(一勝一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하지 않았나?

당 황제가 싸움에 지고 온 배도에게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것은 병가에서 늘 있는 일이다(一勝一敗 兵家常事)"라고 한 말에서 유래된 이 말을 잘 새기면서 너무 교만해도 낙심해서도 안 될 일이다. 수능 잘 못쳤다고 나무랄 일도 아니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한 번 막혔으면 한 번은 열린다.

수능을 잘 친 학생들은 겸손해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친구에게 자기 점수를 자랑하거나 친구의 성적을 물어보는 것은 금물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뽐내면 이는 총명은 가졌어도 어리석으며 몽매한 병을 지닌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 아는 사람에게 ‘성적이 잘 나왔느냐, 성적이 어떠냐’ 등 말을 묻지 않는 게 좋다. ‘어느 대학에 갈거냐, 무슨 과에 갈거냐, 합격했느냐’ 등의 말은 본인이 말하기 전에는 묻지 않는 게 예의다.

성적이 좋아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합격하면 묻지 않아도 말하게 되어 있다. 반대로 결과가 안 좋으면 사람 만나기가 무섭다. 물을까봐 걱정이다. 그럴 때마다 본인도, 부모님도 마음이 한없이 상한다. 묻는 것 삼가는 것이 좋다. 그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일승일패(一勝一敗)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 한 번 실패는 곧 다음 성공의 디딤돌이 된다. 힘내라. 용기를 가지라. 꿈을 포기하지 마라.  멀리 내다보고 마음에 기쁨을 가져라. 근심, 걱정, 불안, 초조를 싹 없애 버려라.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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