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부족한 선배,
누구에게는 부족한 후배,
누구에게는 부족한 동료였던 이 권광식 적습니다.
흘러 흘러 천안에 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천안하고도 00읍에서도 한참 더 들어 가야하는 00초라는 6학급짜리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천안으로 내신 냈데? 어떻게 된 일이야?”
그분의 질문에 저는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고자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말씀 드리는 중에 그분께서 대뜸 “서산이 정떨어져서 떠날려고 하는구만”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나는 서산을 떠나는 이유를 A4용지 4장은 될 정도로 많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삼자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단 한 줄로 그렇게 정리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분은 8년 6개월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서산에서의 나의 삶의 로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분의 말씀대로 서산에서의 나의 생활에는 걱정도 많고 시련도 많은 정이 떨어질 만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객관적으로 보면 정이 떨어져야 할 이곳 서산에 미련이 너무 많이 남습니다.
왜 징그럽도록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이곳에 미련이 많이 남을까 하고 긴 밤을 전전반측하며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따뜻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황량한 벌판에서 북서풍을 맞고 서있는 내 삶에 온기를 넣어주었던 사람들
00, 00, 00, 00, 00, 00, 00(아이구 죄송합니다.선배님 함자를 외람되게) 등등
윤동주가 북간도의 동천을 보며
서시라는 노래에서 목 놓아 불렀던 이름들처럼
내 가슴에 별이 되어 남을 다정한 이름들 덕분에
걱정은 덜어지고 기쁨은 커지는 따뜻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얼굴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내 가슴속에 별들이 되어 남을 서림의 가족들과 오래 연을 맺고 싶습니다.
그럴려면 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끈을 간직하기 위해 부탁드립니다.
서림 가족의 대소사에 꼭 연락 주십시오,
그런때라도 다정한 내 마음의 별들을 만나서 쌓인 이야기,
못난 인간 권광식이가 또 다른 타지에 가서 살면서 겪어야하는 아픈 일들을 위무 받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 모든 면에 부족한 이 권광식 적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