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2)

2012.03.29 18:42:00

3월은 우리 선생님들에게 너무 무거운 달이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꽃샘추위는 기승을 부리고 일교차가 심해 몸에 이상을 느끼기도 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 선생님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따뜻한 봄기운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따뜻한 기운에 힘입어 학교생활을 보다 활기차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조금 전에 읽고 생각했던 말이 있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억지로 싹을 뽑아서 성장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따른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의 새로운 다짐을 가져볼까 한다.

“송나라에 어느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논에 심은 벼의 모가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매일 논에 나가 모를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나가서 지켜봐도 모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농부는 초조하게 논 주위를 왔다갔다가 모들이 자라는 것을 도와줄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억지로라도 모가 자랄 수 있도록 자기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논으로 달려가 모를 하나하나 뽑아서 크기를 높게 하였다. 금세 모들이 커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아침부터 해가 산에 떨어질 때까지 온 힘을 다하여 모를 뽑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 온 집안 식구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였다. 그 말은 들은 아들이 황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가 모두 뽑혀져 말라죽었다...”

이 이야기는 맹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얻는 교훈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농부의 소망이었다. 농부는 자기가 심은 모가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 농부처럼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반듯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성숙한 인격을 가진 자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실력 있는 자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다.

이런 소망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있을 때 농부처럼 매일 논에 나가듯이 근면과 성실로 임하게 되며 노심초사 학생들을 학생답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연구하게 된다. 우리 선생님들은 무엇보다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이 잘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 늘 있으면 좋겠다.

은빛 날개를 달고 세계를 날아가는 꿈을 가진 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두 날개가 정상적이어야 한다. 한 날개는 인성의 날개, 한 날개는 실력의 날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으로 날아갈 수가 있다.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이 되도록 하는 게 우리 선생님들의 소망이 되어야 하겠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되 반드시 많은 동료선생님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여 신중한 결론을 얻은 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내가 가르치는 한 분야를 어떠한 교수-학습 기법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동료선생님과의 연구와 고민과 토론이 함께 이루어져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농부는 밤낮으로 연구를 하였지만 함께 의논하고 토론함이 없었기에 모든 모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선생님들은 조급함이 없어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실적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망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잘 하려고 한 것이 오히려 잘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는 매사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조급함은 금물이다. 교육은 느긋함이다. 느긋한 자세가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를 억지로 자라게 하면 모가 발라버리고 만다’ 학생들에게도 지나친 성과를 기대하면서 다그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말을 되새기면서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망치는 꼴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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