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25)

2012.05.02 15:13:00

오늘 아침 우리 학교는 산 중턱에 자리 잡아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린다. 나무의 사랑을 입고 편하게 밤을 지냈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노래하는 것 같다. 아침을 열며 하루를 시작하는 저에게도 인사하는 것 같았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왔다. 감사의 달, 사랑의 달, 가정의 달이 오월이다. 오월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사랑이다. 부모님이다. 선생님이다. 어린 생명들이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도 생명력을 얻게 하며 새로운 힘을 얻게 하는 달이 될 것 같다. 부담으로 다가오는 달이 아니라 기쁨과 보람으로 다가오는 달이 되리라 믿는다.

부모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사랑이다. 그리고 넓은 마음이다. 자식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평생 부모님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부모님은 천지(天地)와 같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선생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사랑이다. 그리고 천지(天地)와 같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부모님과 선생님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왕의 위치에까지 높여놓았으니 선생님이 된 것이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의 마음은 천지(天地)와 같아야 할 것 같다. 천지(天地)는 엄청 넓다. 마음이 넓지 않으면 만물을 다 품을 수 없다. 사랑을 줄 수 없다. 만물이 소생할 수 있도록 하늘은 때를 따라 비를 내려준다. 땅은 만물이 소생할 수 있도록 품어준다. 이들의 마음이 넓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마음이 좁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떤 때는 좋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미울 때도 있다. 선생님의 마음은 천지(天地)와 같이 넓도록 애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운 학생들을 볼 때마다 넓은 마음이 없으면 그들을 품을 수 없고 그들에게 유익을 줄 수 없다.

천지(天地)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 없으면 만물을 품을 수 없고 만물에게 유익을 줄 수 없다. 우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힘들게 되어 있고 오래 가지 못하게 된다. 천지(天地)가 오래 가는 것은 넓은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경에 ‘천장지구(天長地久)’란 말이 나온다. ‘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도덕경에는 ‘하늘과 땅이 저토록 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잘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해서는 안 됨을 가르쳐주고 있다. 억지로 공부시키고 억지로 습관을 바꾸고 억지로 바른 길이라 하여 끌고 가는 무리수는 옳지 않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억지보다 물이 유연하게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공부도 하고 바른 습관도 가지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돕는 것이 좋겠다 싶다. 그렇게 해야 학생들도 공부, 인성, 체력 등의 모든 면에서 고른 성장을 가져올 수 있게 되고 선생님의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선생님이 무리하게 행하면 잡음이 생기고 자신을 망치게 되고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게 된다.

천지(天地)가 오래 가는 비결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화를 내거나 중단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때를 따라 하늘에서 비를 내리듯이, 땅에서는 때를 따라 비를 가슴에 품고 식물에게 생명을 유지시켜 주듯이 학생들에게 때를 따라 필요한 것 주기만 하고 때를 따라 가슴에 품기만 하면 된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땅처럼 학생들을 대해야지 차가운 머리가 되어 학생도 힘들게 하고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힘들고 어려울 때 도덕경에 나오는 ‘천장지구(天長地久)’란 말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자신이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장지구(天長地久)’란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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