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82)

2012.08.29 17:56:00

아침 일찍 학교 뒷산을 올랐다. 태풍이 주는 교훈이 있었다. 태풍은 사납기도 하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약간의 도움을 주고 갔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선하였다. 이런 공기만 마시만 더욱 건강해질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선물은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수놓은 구름이었다. 이런 구름도 태풍이 지나가지 않으면 구경할 수 없는 구름이었다. 그래도 태풍만은 피해가면 좋겠다. 뉴스를 볼 때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울산은 우리나라의 알프스산이라고 하는 신불산, 영축산 등이 병풍 역할을 해 태풍의 피해를 줄였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병풍과 같이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싶다. 학생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옥수수의 겉잎처럼, 배추의 겉잎처럼 자신은 손해를 입더라도, 자신은 망가지더라도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

산에 오르니 최근에 심은 나무는 많이 쓰러졌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그대로 든든했다. 버팀목을 세워 놓았어도 함께 넘어졌다. 기초교육이 참 중요하다 싶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넘어진다. 오래가지 못한다. 선생님이 버팀목이 되어 주어도 함께 넘어진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키가 작아도, 몸집이 작아도 든든하게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기초가 참 중요하다. 기초교육에 더욱 힘을 써면 좋겠다.

그래도 버팀목으로 인해 견뎌낸 나무도 많았다. 버팀목 역할이 꼭 필요하다. 학생들을 혼자 두면 잘 넘어진다. 바로 서지 못한다.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함께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버팀목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버팀목이 튼튼해야 한다. 강한 버팀목이 되려면 더욱 힘을 키워야 하겠다.

산 속으로 올라가니 온갖 새들과 풀벌레들이 아침 일찍부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제 태풍에도 잘 견디어 내었노라, 어제 태풍에도 이기었노라, 어제 태풍에도 살아남았노라’고 노래하는 듯했다. 사람도 강한 바람에 서 있기가 힘들었는데 작은 새들이, 작은 풀벌레들이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함께 흔들리는 나무를 의지하면서, 풀을 의지하면서 참고 견디어 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싶다.

자기가 흔들리면서도 꼭 붙들어주는 나무, 자기도 정신을 못차리면서 풀벌레를 안고 있는 풀잎들의 자세는 배울 만하다. 절대 자기와 함께 하는 새들, 풀벌레들을 외면하지 않는 나무, 풀잎들의 정신은 배울 만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어려워도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돌볼 의지가 있다면 끝까지 그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가 아닌가 싶다.

산에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제법 있었다. 곳곳에 흙이 보였다. 모래흙이 보였다. 산이 훼손된 곳이 눈에 띄였다. 심지어 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작은 산 하나를 완전히 파놓은 곳도 있었다. 미국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이드에 의하면 미국은 5% 이상 자연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하면 국토가 매우 좁은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미국의 서부와 같이 사막의 산, 민둥산이 될까 걱정스러웠다. 아름다운 강산을 후손에게 물러주기 위해서는 자연훼손은 금물이다.

미국의 서부는 1년 내내 오는 비의 양이 우리나라의 2-3일 오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는 너무 귀했다. 나무가 있는 것도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서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겨우 식물이 자라게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여러 가지 조건이 좋은데 그 조건을 살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국토를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후손에게 물러줄 것이 없다. 자연보호운동은 우리들이 해야 할 교육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태풍이 또 올라온다고 하는데 제발 태풍이 비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많은 사람들의 근심이 겹치지 않기를 소망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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