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85)

2012.09.04 17:17:00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선선하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 뒷산을 올랐다. 갖가지 풀벌레와 새소리는 노래를 한다. 멀리 보이는 산 아래는 하얀 안개가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예술이었다. 평생 보지 못한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성난 태풍이 지나간 자리도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 한시를 한 편 접했다. 양이시(楊以時 ?-1377)의 ‘자기 자리 찾는 계절’이다. 이 시가 주는 가르침이 있다. 양 시인은 자연에 대한 지식이 탁월했다. 특히 농사에 대한 지식이 뛰어났다. 바람이 불어야만 벼꽃(稻花-벼에 피는 꽃)이 피어 알이 배는 것을 알고 있었고 비가 꼬투리(콩의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이 잘 생겨 콩을 알차게 해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마다 자기 전문지식이 탁월해야만 함을 깨우쳐 주었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전문지식이 탁월하지 못하면 가르침이 힘이 든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워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교육이라 하겠다.

영국 속담에 기쁘게 살려면 머리를 손질하라, 차를 사라, 결혼을 하라, 집을 지어라고 했건만 이것들은 모두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지 않고 평생을 즐겁게, 기쁘게 살려면 배우고 익히는 일에 힘쓰면 된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현자의 말씀이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바람은 자연에게 유익을 주었다. 비정상적인 때는 자연에게 피해를 주지만 정상적인 때는 언제나 유익을 주었다. 기쁨을 주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은 사람들과 자연에게 기쁨을 준다. 맑고 청량한 바람은 사람의 정신을 온전케 한다. 바람이 벼가 이삭이 패고 알이 배게 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늘 선선한 바람이 되고 신선한 바람이 되어 자연에게, 사람에게 유익을 주면 좋겠다. “벼꽃은 바람 불어 하얗다”고 양 시인은 노래하였다. 선생님이 바람이 되어 학생들에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하면 좋겠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비가 자연에게 유익을 주었다. 폭우가 내려 가끔 자연에게 피해를 주지만 정상적인 때는 언제나 유익을 준다. 생명을 준다. 기쁨을 준다. 비가 내리면 만물이 소생한다. 비로 인해 콩꼬투리가 시들지 않는 것은 기쁨이다. 양 시인은 “콩꼬투리는 비온 뒤에 푸르다”고 노래하였다. 콩꼬투리가 비가오지 않아 시들면 콩이 풍성해지지 못하고 알이 굵지 못하게 된다. 선생님이 빗물이 되어 학생들이 푸르고 싱싱하게 잘 자라게 해주면 좋겠다.

또 하나 배울 점은 자기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제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할 일을 잘 해야 아름다운 것이다. 9월이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잠시 자기 자리를 떠나 자유스러운 생활을 하였지만 이제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야 한다. 학생들도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빨리 적응이 되어야 한다. 자기의 할 일을 평소와 같이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사물마다 제 자리를 얻었으니/ 나 시냇가 정자에서 노래하네”라고 양 시인은 노래하였다. 사물도 제 자리를 얻고 사람들도 제 자리로 돌아가 자기의 할 일을 하면 기쁨이 생기고 노래가 나온다. 이게 행복이다. 이게 기쁨이다. 이게 보람이다.

9월은 자기 자리 찾는 계절이다. 하루라도 빨리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애써야 하고 자기 자리를 찾아서 행복을 누려야겠다. 기쁨과 즐거움의 노래가 나와야겠다. 특히 학생들이 결실의 계절에 열매가 있도록 학교생활에 잘 적응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비의 역할, 바람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

꿈이 많은 학생들이 꿈이 이루기 전에 시들지 않도록 바람이 되어주고 비가 되어 주어야겠다. 참된 열매를 보려면 벼꽃을 보고, 꼬투리를 보면 알듯이 학생들에게 바람이 되어주고 비가 되어주어 벼꽃이 하얗고 콩꼬투리가 푸르도록 역할을 잘 했으면 좋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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