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과연 명예로운 퇴임일까

2012.09.04 17:18:00

올해도 교단은 명예퇴직자가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현황에 따르면 금년도 8월말 명예퇴직 교원은 총 1,864명으로, 2월말 퇴직한 2,879명을 합치면 올 한해 명예퇴직 교원 수는 4,738명이다. 8월 명퇴 교원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퇴직수당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명퇴 신청을 되도록 수용하라는 요청 때문이다. 해당 교육청들은 교과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결격자를 제외한 모든 신청을 수용했다.

명예퇴직은 과거에 있었던 제도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2010년 3,548명, 2011년 3,818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교원정년단축이 이루어졌던 시기와 공무원 연금법개정 때는 명예퇴직 교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뚜렷한 사회적 변인도 없는데, 이렇게 명예퇴직 교원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육현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먼저 학교 환경의 변화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했다. 학교조차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양극화가 심하다.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학생들은 특수목적 고등학교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 그들은 배움과 자신의 미래에 열정을 보인다. 그곳에서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는 가르치는 일보다 생활지도가 어렵다. 일부 막되 먹은 학생들은 배움의 의지가 없다. 본인도 배울 의지가 없지만, 남이 배울 권리 보장에 대한 규칙도 지키지 않는다. 학생인권 신장 등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막무가내 학교생활을 한다. 그런 학생들을 교육시키느니 차라리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한국교총이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초ㆍ중ㆍ고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도 비슷한 답이 나와 있다. ‘명예퇴직 증가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94.8% 교사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또 ‘어떤 교육환경 변화 때문이냐’는 질문에 70.7%가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라고 답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일부에서는 배부른 푸념이라며 쓴 소리를 한다. 즉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고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 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까운 친지들도 직장에서 쫓아내지 않는 것만을 황송하게 생각하고 버티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논리는 현재의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교직의 정년 보장은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교직을 단순히 정년이 보장된 직종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교사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 삶을 가꾸는 터전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은 고육(苦育)으로 여겨야 한다.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달콤한 인권을 먹이는 것은 부작용이 있다. 교육은 행정과 정치 이런 것이 좌우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깊은 철학이 따라야 한다.

교사는 교권이 있어야 교단에 설 수 있다. 교권은 가르치는 권리이다. 일부에서는 교사가 교단에서 물리적 폭행을 당하지 않은 것을 교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말로 교권을 잘못 알고 있는 꼴이다. 가르치는 권리가 보장될 때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이 만들어진다.

명퇴의 급증에 환영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한다. 명예퇴직 증가로 신규교사 임용이 늘어나고,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신규 임용이라는 고용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교직의 특성상 중견교사들이 교단을 떠난다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따라서 교직은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중견 교사는 후배 교사에게 현장 컨설팅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50대의 교사들은 축적된 경험으로 학생 지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학생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폭력과 왕따 문제는 단순한 학교 문제로 보기에는 선을 넘었다. 이 마당에 학생지도에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중견교사들이 떠나면 어려움은 더 커진다.

갑자기 명퇴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정부는 명퇴 수당 확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명퇴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학교는 특수 사회다. 남과 여 교사의 비율도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가 근무해야 한다. 젊은 교사들이 교단에 활력을 불어 넣고, 중견 교사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게 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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