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88)

2012.09.13 19:50:00

비는 언제나 좋다. 명심보감 성심편 하에 보면 봄비는 기름과 같다고 하였다. 봄비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을비도 마찬가지다. 가을비도 기름과 같다. 값지고 윤택하다. 어제 종일 가벼운 비였지만 비가 오고 나니 너무나 깨끗하다. 학교 뒷산은 더욱 아름답다. 소리마다 아름답다. 새소리, 물소리는 더욱 정겹다. 고마운 비다.

우리학교는 옛 신라의 수도인 경주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래서 가끔 경주를 가 보기도 한다.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다. 웃으면 복이 온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다. 웃으면서 살면 행복해진다. 천 년 전 선조들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집도 웃는 모습으로 지었다. 기와를 웃는 모습으로 양 가가 올라가도록 만들었다. 이런 웃음이 가득한 집에서 웃으면서 살았다. 가난해도 웃으면서 살았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살았다. 병이 들어도 웃으면서 살았고 고달파도 웃으면서 살았다.

천 년 전 선조들은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쪽이 금가고 깨져도 웃음은 지니고 살았다. 함께 슬퍼하지 않았다. 깨진 기와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음은 그대로 간직하였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았고”

웃을 형편이 아니어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깨지고 망가지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도 그래도 웃고 있었다. 숨은 초승달처럼 빙그레 웃고 있었다.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와도 알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함께 살아온 천 년 전 선조들도 그 웃음을 놓치지 않았다. “깨진 기와가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그 웃음을 지금까지 전해주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웃는 모습을 한다. ‘김치’하기도 하고 ‘치즈’하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웃으면 자기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한다. 그래서 시인은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주면 천 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라고 노래하였다.

웃으면서 사는 것은 자신에게 유익이 될 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이에게도 유익을 준다. 가정에서도 유익을 주고 직장에서도 유익을 주고 사회생활에서도 유익을 준다. 내가 먼저 웃으면서 살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웃는 그 웃음이 천 년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먼저 웃는 습관을 기르고, 내가 먼저 웃음을 머금는 삶을 살면 평생 즐거워지고 건강해진다. 웃으면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의 하얀 미소를 보여주고 학생들도 화난 얼굴보다 항상 웃는 모습을 지니도록 가르치면 좋을 것 같다.

초승달처럼 웃고 경주의 기와처럼 웃으면서 살 수 있도록 지도하자. 기쁨이 사라지고 웃음이 사라지는 이 때 깨어진 기와 조각처럼 자신이 망가지고 깨어져도 웃음은 살아 있도록 해 보자. 아무도 자기의 웃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웃는 모습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보자.

우는 것보다 웃는 것이 낫고 짜증내는 것보다 기뻐하는 것이 낫다. 불평하는 것보다 감사하는 것이 낫다. 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다. 그러한 삶으로 행복을 누렸다. 지금 웃음을 잃고 있으면 옛 신라의 수도 경주를 찾아보라. 그리고는 웃음을 발견하고 웃음을 찾아보라. 선조들의 웃음소리를 들어보라.

선조들의 웃음이 나의 웃음이 되고 동료들의 웃음이 되고 가족들의 웃음이 되고 학생들이 웃음으로 번져 가면 좋겠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웃는 집 문으로 만 가지 복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웃음이 많은 집에 복이 오고 웃음이 많은 학교에 행복이 온다. 풍요로움이 온다. 기쁨이 온다. 선생님도 웃고 학생들도 웃고 모든 교직원들도 웃으면서 생활하면 좋겠다.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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