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다

2012.10.10 11:21:00

아침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학교 정원의 나무들이 아름다운 색깔로 가득 찼다.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면서 가을을 생각하게 된다.

10월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그게 바로 한글날이다. 10월 9일 오늘이 566돌 한글날이다. 옛날에는 한글날이 공식으로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한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한글 사랑에 대한 계기가 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금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일이 의논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한글이다. 한글이 없었다고 가정해 보라. 옛날처럼 한자를 빌어 사용했을 수도 있고 남의 글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의 기초가 된 것이 바로 한글이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IT계열의 발전도 한글의 밑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글은 어느 글자보다 간단하다. 배우기가 싶다. 읽기도 쉽다. 어떤 나라의 글자는 쳐다만 봐도 어지럽다. 글자인지 낙서인지 모를 정도다. 그렇게 어려운 글자를 만들어 사용하는 걸 보면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글의 과학성은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과학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가진 우리 민족들은 지금도 과학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 과학 기술의 발달은 우리 민족만이 가진 과학적 사고의 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들은 우리의 자랑인 한글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어 안타깝다. 오늘 신문에 보니 서울의 거리가 온통 외국 간판으로 얼룩져 있었다. 한글 간판은 하나도 없었다. 외국인 전용 거리도 아니었다. 이래서야 되겠나?

한글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것이 되고 우리 선조들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한글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장사가 잘 되고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마음은 한글 사랑에 대한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글의 간판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글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역행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외국인도 한글을 인정하고 한글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국인들이 왜 한글을 마다하고 남의 글로 간판을 도배해야 하는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글이 하루 빨리 뿌리가 내려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듯이 뿌리 깊은 한글은 흔들리지 않는다. 한글 사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이 오도록 해야 한다. 한글 사용이 우리의 긍지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한글 사용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기를 자랑하기 위해 한글 대신 한자를 쓰거나 영어를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자나 알파벳은 필요에 따라 병기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것을 자기 실력의 과시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실력을 나타냄이 한글 사용 대신 한자나 알파벳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한글로 뜻이 통하지 않거나 이해가 필요할 때만 병기해서 사용해야 한다.

한글날이 한 날의 행사로만 끝나서는 안 되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애용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글이 뿌리 내려 세계로 뻗어가도록 힘써야 하겠다. 한글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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