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93)

2012.10.15 09:07:00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양혜왕장구하 제9장도 우리 선생님들에게 교훈을 준다. 제선왕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너무 답답할 정도이다. 오직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만 가기 위해 그 길을 가기 위한 방법만 알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맹자께서는 조금도 굽히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맹자의 끈질긴 노력이 돋보인다.

가르침에 있어서는 맹자와 같은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싶다. 아무리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돌아올 때까지 교육시키면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다. 선생님의 인내가 어떤 덕목보다 더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선왕은 정말 얄미운 정도다. 존경하고 따를 만한 현자인 맹자에게 가르침을 받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말이다. 한번 생각해보고 따르려고 하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기의 생각대로 정책을 펼치기 위한 지혜만 얻으려고 하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 묻지를 말든지 물으면 들은 대로 실천하든지 해야 하는데 계속 질문에 질문을 가한다.

맹자는 설명을 할 때 반드시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학생들이 이해를 잘못할 때는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싶다. 예를 들으려고 하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을 만한 지식이 없다면 입이 다물어지고 만다.

제선왕은 맹자께서 제시한 왕도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땅을 넓히고 힘을 기르는 소위 패도정치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도 땅을 넓히고 힘을 기르는 방법이 없는지 계속 묻는다. 맹자께서는 패도정치는 안 된다고 설득한다. 설득하는 과정이 제9장의 내용이다.

맹자는 제선왕의 의도를 꿰뚫고 있었다. 학생들의 마음상태, 무엇을 원하는지, 방향이 옳은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꿰뚫고 있어야만 바로 지도가 될 것 같다. 그러면 거기에 따라 처방을 내릴 수 있고 고쳐나갈 수가 있다.

제선왕의 잘못을 비유로 지적하였다. 목수를 예로 들면서 지적하였다. “큰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공사(工師-목수의 우두머리)로 하여금 큰 나무로 구하게 할 것인데, 공사가 큰 나무를 얻으면 왕은 기뻐하면서 능히 자기의 임무를 감당하였다고 할 것이고, 장인(匠人-목수)이 깎아서 작게 만들면 왕은 화를 내면서 자기의 임무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할 것입니다.”

큰 집을 지으려면 우선 나무가 필요하다. 큰 나무도 필요하다. 하지만 큰 나무만 있다고 해서 큰 집이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장인이 깎고 다듬어야 집을 지을 수 있고 단단한 집을 지을 수 있고 나아가 큰 집도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제선왕은 기본에는 관심이 없다. 기초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큰 집만 눈에 보인다. 큰 집을 위한 큰 나무만 눈에 보인다. 그러니 그런 사람만 칭찬한다. 세심하고 나무를 다듬고 깎고 하는 목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일 잘못한다고 꾸중을 한다.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맹자께서는 비유 즉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예시로 가르치면 설득력이 있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는 근거 제시가 꼭 필요하다. 예를 들든지 비교를 하든지 비유를 들든지 해서 논리적으로 설득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맹자께서는 또 한 가지 더 예를 들어 패도정치는 안 됨을 가르쳤다. 구슬을 예로 들었다. “박옥(璞玉-조각하기 전 상태의 옥)이 있다면 비록 만일(萬鎰-돈 만일에 해당하는 비싼 것)이라도 반드시 옥인(玉人-구슬을 다듬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기고 쪼아내게 할 것인데...” 배우는 것은 나중에 자라서 배운 것을 써먹으려고 하는 것인데 왕은 배운 것은 놓아두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옥인의 능력을 망각한 채 옥인에게 옥을 조탁(彫琢)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하느냐고 책망하고 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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