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94)

2012.10.16 11:46:00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가을이 높고 맑으니 볼 때마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학교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고 향기롭다. 특히 들꽃은 환한 얼굴로 다가온다. 말이 살이 찔 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신도 살찐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훈훈해진다. 보이는 것마다 황금이요 수정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이 새롭게 되면 좋겠다. 맑고 깨끗하고 넉넉하고 훈훈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우면 참 좋을 것 같다.

守株待兎(수주대토)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 말이다.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가는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가더니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것을 본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지고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토끼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다.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요행을 바란다면 안 된다는 뜻이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대박이니 요행이니 하는 것은 바라면 안 된다.

또 하나는 노력을 해야 얻는다는 뜻이 숨어 있다. 노력을 해서 얻으려고 해야지 노력 없이 공짜로 얻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은 오직 수능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최선을 다해 배우면 된다.

농부의 해야 할 일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퇴비를 주고 물을 주며 잡초를 뽑고 정성을 쏟고 땀을 흘리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면 식물은 정직해서 농부의 정성대로 좋은 결실을 보게 한다.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것으로 족해야지 그 일보다 결과만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면 안 된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와 노력이 없고 학생들의 땀의 대가가 없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 기대를 한다면 송나라의 한 어리석은 농부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학생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심는 대로 거둔다. 눈물로 씨앗을 뿌리면 뿌린 대로 거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있듯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행운을 기대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송나라의 어리석은 농부와 같은 것이다.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면 안 된다. 오직 최선을 다하면 된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최선을 다해 배우고 정리하면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학부모님들은 학생들에게 마무리 정리 잘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도와야 하고 건강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선생님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학생들은 남은 기간 무리 없이 차분하게 잘 마무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력 없는 대박, 노력 없는 행운 같은 것 기대하면 안 된다. 송나라의 농부처럼 아무 노력 없이 나무 그늘에 앉아 토끼가 잡히기를 바라는 것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한 달을 기다려도, 일 년을 기다려도 대가는 없다.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최선만 다하면 부끄러움이 없어지게 된다. 수치를 당하지 않게 된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고는 부끄러움도 따르고 수치도 따르며 웃음거리가 되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온갖 듣기 싫은 소리를 다 듣게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