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96)

2012.10.22 09:23:00

칠흑 같은 새벽 미명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밝아진다. 시간이 약이다. 기다림이 약이다. 아무리 칠흑 같은 어려운 일이 내 앞에 놓여 있어도 낙심할 필요 없다. 기다리면 된다. 인내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칠흑 같은 밤은 물러간다. 선생님들은 자주 칠흑 같은 때를 자주 만난다. 학생 때문에 만나고 학부모님 때문에 만나고 동료 선생님 때문에 만나고 가족 때문에 만나고 나 자신 때문에 만난다. 그럴 때 낙심하지 말고 기다리면 된다. 인내하면 된다. 밝은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 양혜왕장구하 제13장을 읽었다. 여기에는 등문공이 나온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다. 제나라와 초나라의 사이에 끼여 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 사이게 끼여 있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왕으로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는 왕으로서 가져야 할 바른 자세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만족을 줄 것인지, 전체의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는 교육을 어떻게 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해답이 나온다.

스스로 해결이 안 되면 현자에게 물어야 하고 멘토에게 물어야 한다. 선배에게 물어야 하고 나를 가르친 선생님에게 물어야 하고 나를 지도하신 교수님에게 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답답한 가슴이 후련해진다.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된다. 속도를 내게 된다. 방향이 잡히지 않으면 속도를 낼 수 없다. 너무 속도를 내지 못하면 뒤처지게 되고 방해만 된다. 정상적인 속도를 내려면 방향이 뚜렷해야 한다.

등문공은 자기의 멘토인 맹자에게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고 제나라와 초나라의 사이에 끼여 있으니, 제나라를 섬길까요? 초나라를 섬길까요?” 맹자께서는 시원한 답을 주셨다. 자기 나라가 약하다고 강한 나라를 섬기려고 하지 말고 왕은 사랑의 정치를 베풀고 먼저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백성들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나라를 지키면 나라는 망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즉생 생즉사라(死則生 生則死 : 죽으려고 나아가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임진왜란 당시 부하들에게 독려했던 충무공의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무장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우리 선생님들은 귀담아 들을 말씀이다.

우리 선생님들이 맹자의 가르침에서 배울 점은 언제나 사랑의 교육을 베풀되 나의 몸을 도사리지 말고 나를 희생해서라도 학생들을 잘 키워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죽을 각오로, 생사고락을 함께 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모두 살아난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도 다시 소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한 마음, 한 뜻이 중요하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학교가 잘 세워지려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교육방침에 따라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한다. 여기엔 시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소모전이 전개되어도 안 된다. 구경꾼이 있어도 안 되고 방관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 오직 교육목표를 향하여 하나가 되어야 학교가 발전할 수 있고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함께 사는 길은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뜻을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항해하는 배가 풍랑을 만났을 때 선원들의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의견으로 풍랑을 헤쳐나갈 수 없다. 경험 많고 노련한 사공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하나의 방법이 있으니, 이 못을 파고 이 성을 쌓아 백성과 함께 지켜서 죽음을 바치더라도 백성들이 떠나가지 않는다면 이는 해볼 만합니다.” 맹자께서 등문공에게 하신 말씀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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