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12)

2012.12.12 10:51:00

우리나라에 삼한사온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삼일쯤 춥고 나면 그 다음은 따뜻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추위가 너무 오래 가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아침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맹자 공손추장구상의 제1장을 읽었다. 여기를 보면 공손추가 나온다. 공손은 성이고, 추는 이름이다. 맹자의 제자이다. 그런데 자기의 스승인 맹자가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던 관중과 안자를 높이 평가하는 공손추는 스승인 맹자가 이 정도의 인물이 되는지 여쭈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들이 어느 수준의 선생님인지 알기를 원한다. 그것도 비교해 가면서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알고 싶어한다. 바람직하지 않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보면 아찔하다. 학생들이 어떻게 평가를 내릴지 어느 정도의 인물로 평가할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썩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학생들은 선생님을 자기 나름대로의 잣대로 선생님을 평가하려 한다. 학생들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좋은 선생님, 품격 높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 능력 있는 선생님, 성실한 선생님, 유능한 선생님으로 자리매김 받도록 날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닦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제나라에서 요로를 담당하신다면 관중과 안자의 공적을 다시 해내실 수 있겠습니까?” 제나라에서 정부의 요직을 담당하면 훌륭한 관중과 안자만큼 잘 할 수 있겠는지 물은 것이다.

그래도 맹자는 화를 내지 않았고 자신의 논리로 설명해주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당돌한 질문에 당황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럴수록 감정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수업을 할 때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만큼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럴수록 더욱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서도 보면 맹자는 예를 들어 설명하셨다. 글을 쓸 때도, 말을 할 때도 예를 드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예시’의 방법이 돋보인다. 이런 순간적인 예시가 가능하려면 독서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금년에 서울에서 분당역 가는 버스를 몇 번 탄 적이 있는데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님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번은 기사님께서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책을 곁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을 보았다. 짧은 시간도 책과 함께 하는데 평소에는 어떠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았다.

제가 아는 분 가운데 한 분은 세 자녀를 키우고 있고 낮에는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를 돌보고 계시는 40대의 어머니이신데 이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년에 책 100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책을 읽는다고 하셨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다.

우리 선생님들도 짧은 시간을 책과 함께 하는 습관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다. 전공 관련 서적도 좋고 무슨 책이라도 함께 하는 습관을 가지면 배경지식을 쌓은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제 오후 어느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협의회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가에 가서 시집 몇 권을 펼쳐 보고 시를 접해 보았다. 깊이 있는 정독은 어려웠지만 시를 대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학생들에게 시를 접하게 하고 수필을 접하게 하며 가벼운 단편소설을 접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이든 무슨 글이든 가까이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책과 가까이 하면 책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정보와 지식을 얻고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계절에 관계없이 책과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나이 들면 노안이 와서 불가능하다. 늦기 전에 책과 가까이 하면 어떨까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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