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오면 생각나는 것들 7-- 쑥떡 만들기
시골에서 가난하던 시절에 설날이 돌아오면 떡을 만들기 위해서 쓸 쌀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떡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봄철에 산이나 들에서 캐서 말려두었던 나물들을 이용하여 떡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나물로 대표적인 것이 쑥과 번취라는 취나물이었다. 쑥이야 다 아는 것이지만, 번취라는 것은 취나물의 일종인데, 나물 잎의 뒷면이 아주 밝은 흰빛을 띠고 있는 나물로 이것을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떡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나물이다. 이 번취는 떡을 만들면 색깔이 아주 엷은 쑥색을 띠게 되는데, 번취 특유의 맛이 쑥보다 약간 부드러우면서 향긋한 것이 특징이다.
가난한 집안사람들은 봄철에 산에 가서 나물을 뜯으면서도 이 번취를 더 많이 뜯으려고 애를 쓰고, 좀 형편이 나은 집에서는 번취보다는 취나물을 더 좋아하여서 서로 뜯는 것이 다를 정도로 이 번취에 대한 기호가 달랐던 것을 보았다. 이 무렵에는 봄철이면 산에 가서 온 종일 산나물을 뜯어 오는데 보통 이불 호창<이불 싸개용으로 쓰는 큰 천>을 가지고 가서 마치 산더미 같은 큰 나물덩이를 만들어가지고 돌아오곤 하였다. 물론 쑥을 캐는 것도 다르지 않았다. 온통 들판의 쑥을 더 뜯어서 말리려고 애들을 썼던 것이다.
쑥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 쑥을 말려둔 것을 삶아야 하는데, 삶아서 말려 둔 것과 그냥 말린 것에 따라 삶는 것도 다르고 조리 방법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보통 삶아 말려 둔 것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삶아둔 쑥을 따끈한 물에다가 담가서 푹 불린 다음에 삶아야 한다. 따뜻한 물에 담그지 않으면, 잘 불지 않아서 삶기가 힘들게 마련이다. 삶기 위해 물에 소다<중탄산소다>를 조금 넣어서 적어도 2시간 이상이나 푹 삶아서 물에 몇 차례 씻고 또 씻어서 담가서 쑥의 쓴물을 좀 뺀 다음에 물기를 제거할 정도로 짜둔다. 찹쌀과 멥쌀을 반반씩 정도로 섞어서 잘 씻어서 담갔다가 다시 씻어서, 고두밥을 짓는다. 떡밥과 큰 쟁반이나 도마 위에 붓고 거기에 쑥을 적당히 섞어서 절구통에 넣고 찧는다.
이때에 쑥을 더 많이 넣느냐 적게 넣느냐는 집안의 형편에 따라 가난한 집일 수록 쑥을 많이 넣어서 색깔이 더 검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절구통에서 쳐낸 떡은 큰 도마 위에서 인절미로 만들어지는데, 떡고물을 쓰는 경우도 있고, 가난하면 떡고물이 없이 그냥 인절미로 빚어 만들기도 한다.
이런 쑥 인절미는 요즘처럼 냉동실에 넣어 보관을 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므로, 며칠 먹고 말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말려 두었다가 장마철에도 구어 먹거나 하는 것이다.
쑥떡을 약간 말린 상태에서 두었다가 구우면 고소하고, 딱딱하기도 하기하지만, 고소하고 군것질 감으로는 얼마나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게 쑥 떡은 쌀을 아끼고 간단하게 남이 떡을 먹는 동안에 자식들에게 떡이라고 줄 수 있는 그런 고마운 재료가 쑥이었다. 더구나 쑥은 영양면에서나 약효 성분에서도 손색이 없는 구황작물<가뭄이나 흉년으로 굶어 죽는 사람이 발생할 때에 식량을 대신하여 목숨을 유지하게 해주는 고마운 작물>로도 손색이 없는 나물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 쑥으로 만든 쑥떡이야 말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설명절에 자기들도 떡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