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127)

2013.02.14 09:50:00

밤은 점점 깊어간다. TV를 보면 답답해진다. 뉴스마다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만 쌓이게 만든다. 그럴 때는 책을 가까이 함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자기에게 도움을 주는 책, 자기가 좋아하는 책, 자기 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책을 들어 한 구절이라도 읽으면 유익이 된다.

책을 읽음이 바로 배움이다. 공자께서는 “배움이 있되 생각이 없으면 위태롭다”고 하셨다.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 그 책 속에는 가르침이 있고 교훈이 있고 유익이 있다. 그것을 나의 것으로 소화해내고 그것을 메모하고 글을 남기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침대 위에 있는 책의 두 페이지를 읽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란 글이었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한 후의 전혀 다른 사람을 발견한 내용을 적은 것이다. 결혼한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한 것이기에 공감하게 된다.

“결혼했을 당시에, 나는 아내 낸시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가 나를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낸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답고, 재미있고 기쁨을 주는 친구다. 나는 결혼했을 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람이기에 결혼했을 것이다. 아내 낸시는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인이었다. 또 남편을 인정할 줄 아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또 재미있는 친구이고 기쁨을 주는 친구였다. 그러니 아내로서는 만점짜리 아내임은 분명하다.

결혼 후는 완전히 달랐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사실은 변한 것이 아니다.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이럴 때 생기는 갈등은 엄청날 것이다.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이 다른데 같을 리가 있겠나? 겉으로 보이는 것은 일종의 보이기 위한 것이었지, 보이기 싫어했던 것은 감추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다. 그것이 하나씩 드러나니 실망하게 되고 낙심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얻는 교훈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의 모습이 내 기대와는 전혀 달라도 넓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싶다.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 바다와 같은 깊은 마음, 봄비에 젖은 흙이 부드러워지듯이 늘 새로운 마음으로 부드러워져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미워하게 되고 서로 찡그리게 된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고 어깃장을 놓게 된다.

낸시를 아내로 맞은 남편은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많은 싸움이 있었다. 돈이나 개인적인 유혹 등으로 큰 싸움거리가 되기도 했고 사소한 치약을 어디서부터 짤 것인가? ‘끝에서부터, 아니면 중간에서부터’ 시작하여 남편이 좋아하는 만큼 아내가 시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것, 낸시는 남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를 원하는 것, 주말 내내 풋볼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 것 등등.

원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실망이 컸다. 하지만 가정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넓은 마음, 깊은 마음, 부드러운 마음, 이해하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그들을 오래 유지토록 한 것이다. 결혼하기 전의 좋은 점 때문에 오래 간 것이 아니고 넓은 마음, 깊은 마음, 이해하는 마음, 부드러운 마음 때문에 오래 가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 선생님들이 어머니의 마음만 가지면 아무리 다른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라 해도, 처음에 가졌던 좋은 모습들보다 좋지 않은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해도 다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어떤 갈등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넓고 깊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더욱 알아가고 이해해주고 마음을 맞춰 가면 갈등은 사라지고 더욱 친밀해지고 깊고 지속적인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