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새봄맞이 어때요?"

2013.03.18 10:53:00

경칩이 지난 지 열흘. 이제 완연한 봄이다. 토요일은 동료 교장과 광교산행을 하였다. 광교 버스 종점에서 창성사 길로 접어들었다. 해마다 보던 개구리알과 도룡뇽알을 보려는 것이다. 과연 올 봄에도 볼 수 있을 것인가?

길 옆 작은 웅덩이에 개구리알과 도룡뇽알이 보인다. 작년엔 부화하여 헤엄치는 올챙이도 보았는데 올해에는 알만 보았다. 아직 시기가 이른가 보다. 도룡뇽알은 변함없이 거기에 있다. 작년의 그 알은 아니지만 대를 이어 이곳에 알을 나은 것이다.




조금 가다가 우회전하여 계곡을 따라 오른다. 족도리풀을 만나려는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이 곳의 족도리풀을 보아야 안심이 된다.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이천의 산수유마을도 누가 오라는 것도 아닌데 으례 봄이면 찾아가 봄을 즐기곤 했었다. 너무 일찍 찾았는지 족도리풀은 보이지 않고 지난 가을 낙엽만 무성하다.

억새밭을 지나 노루목, 토끼재를 거쳐 형제봉으로 걸음을 재촉하니 온몸이 땀에 젖는다. 동료 교장이 수지쪽에서 올라와 합류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오늘 광교산을 찾은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계단을 오를 때는 내려오는 행렬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단체 모임, 가족, 친구 단위 모습이 대부분이다. 언제부터인지 광교산은 수원의 명산이 되었다.

문암골에서 점심을 먹고 광교저수지로 내려온다. 저수지 수위가 높다. 13년만에 이런 만수위 모습을 본다는 지인은 지난 겨울 폭설 덕분이라고 말한다. 저수지 수변도로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저수지 쪽으로 인도를 새로 만들고 현재의 인도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하면 벚꽃놀이와 함께 저수지 풍광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일요일 오전 11시, 새봄맞이 일환으로 아파트 유리창 닦이에 나섰다.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서 유리창닦이를 샀다. 겨우내 쌓인 묵은 먼지를 닦는다. 오후 2시까지 닦았다. 무려 3시간이 소요되었다. 현관과 앞뒤 베란다, 딸과 아들의 방 유리창까지 닦았다. 닦은 유리창 갯수를 세어보니 33개. 거울은 3개 모두 닦았다.

유리창 닦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바깥유리다. 추락이나 물건 낙하의 위험이 있고 팔이 짧아 깨끗이 닦기 어렵다. 그래도 팔을 뻗어 닦는다. 그래야 푸른 하늘이 투명하게 보인다. 실내에 있는 유리도 겉으로 보기엔 깨끗하나 물걸레로 닦으니 걸레가 꺼멓게 된다. 걸레만도 수십 차례 빨았다.

이번 청소의 다른 점 하나는 방충망 세척하기다. 방충망을 떼어 가로로 놓고 호수로 물을 뿌린다. 그런 다음에 수세미로 닦는다. 다시 물을 뿌린다. 검은색 가루와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이 아파트에 이사와 처음으로 하는 방충망 청소다. 무려 8년만이다. 몇 년 전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한 차례 외부 세척을 한 적도 있다.

친정 부모님 찾아 뵙고 돌아 온 아내가 내 모습을 보더니 청소기를 돌리고 거실 바닥 물걸레질을 한다. 그러더니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환절기 몸살을 우려한 것이다. 인근 일월저수지를 내려다 보니 봄맞이 나들이 나온 주민들이 많이 보인다. 성급한 사람은 돛자리를 깔고 봄볕을 즐기고 있다.

해마다 하던 새봄맞이는 산수유, 생강나무, 벚꽃, 진달래와 철쭉 즐기기가 일상화 되었었다. 올해는 유리창 닦이를 시도해 보았다. 몸은 고되지만 그런대로 보람이 있다. 저녁을 먹으며 딸이 말한다. "어렸을 적 아빠의 유리창 닦는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가정교육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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