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에서 교육을 생각하다

2013.05.20 20:30:00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베란다 텃밭에 가서 식물에게 문안인사 드리는 것. 그리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 햇볕을 맘껏 쬐게 하고 통풍에 지장 없게 하는 것. 식물의 상태를 보아 물주기도 한다. 베란다 텃밭가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햇볕, 통풍, 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퇴근 후 귀가해서도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베란다. 식물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논의 벼들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커 간다고. 맞다. 베란다 식물은 주인의 정성으로 자라난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여 방심하면 죽고 마는 것이다.

지난 어린이 날, 식물 모종을 사 온 지 15일이 지났다. 그 동안 상추는 다섯 번 정도 뜯어 먹었다. 잎이 워낙 여리고 작아 3-5장 정도를 겹쳐 입속에 넣으면 그냥 녹는다. 반찬 한 가지를 추가하였고 비타민 섭취에 크게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고추와 토마토 열매를 먹으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직업이 교원인 필자. 식물 기르기도 남다르다. 고추 모종 10개, 토마토 모종 5개가 그냥 고추와 토마토가 아니다. 고유번호를 붙였다. 일종의 출석번호다. 어떻게 붙일까? 고추는 키 큰 순서대로, 토마토는 잎이 큰 순서대로 붙였다. 식물에 애정과 관심을 쏟는 방법이다.

처음엔 키 작은 것을 창가에 붙여 놓았다. 햇볕을 좀 더 쐬게 하여 골고루 자라게 하려는 의도였다. 보통 하루에 8시간을 광합성 작용을 해야 하는데 남향 아파트라 하더라도 5시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물의 성장 요소는 한 가지가 아닌가 보다. 2, 4, 8번 고추가 먼저 꽃망울을 맺었다.




키가 작다고 꽃이 늦게 피는 것이 아니다. 고추 화분 10개가 고르게 성장하는 것보다 빨리 열매를 맺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꽃망울이 빨리 맺는 것을 창가로 보낸다. 방울토마토는 화분이 큰 1번과 5번이 성장 속도가 빠르다. 자라는 속도가 다 다른 것이다.

우리집의 고추와 토마토는 생존경쟁이 아니다. 식물 하나에 화분 하나다. 사람으로 치면 1가구 1주택이라 땅속의 양분을 빨아들이는데 경쟁할 필요는 없다. 옆식물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다만 화분의 위치는 주인이 바꾸어 준다. 처음엔 어린 양을 돌보아 주었지만 지금은 잘 자라는 식물 더 잘 자라게 하기로 바뀌었다. 일종의 수월성 교육이다.

소설 '어린 왕자'가 생각난다. 나만의 여우를 만드는 것처럼 나만의 고추와 토마토를 만드는 것이다. 그냥 고추가 아니라 고추 1번을 만든다. 고추 10번은 곁가지를 가장 많이 뻗었지만 열매맺기는 더디다. 고추 2번은 벌써 하얀 꽃망울 4개를 맺었다.  

식물의 굴광성. 식물이 곧게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햇빛을 향한다. 햇빛이 없다면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물이 없다면 생태계는 파괴되어 우리 인간의 삶도 위협을 받게 된다. 베란다 텃밭을 가꾸면서 인간과 지구를 생각한다. 이 작은 텃밭에서 우주를 보는 것이다.

식물을 생각하여 방충망을 떼었다. 그 이유는 방충망이 햇볕을 막아 식물의 성장에 장애를 주기 때문이다. 또 곤충이 찾아들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꽃가루받이가 된다. 식물이 열매를 맺게 도와주는 것이다. 베란다 텃밭가꾸기는 녹색공간을 제공하고 사색의 시간을 준다. 식탁이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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