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에서 만해 한용운을 만나다

2013.11.13 17:00:00

백담사 방문, 이번이 세번째다. 그런데 이전 기억이 희미하다. 처음엔 스카우트 지도자들과 함께 하였는데 용두리 마을 입구에서 내설악 깊은 곳까지 걸어서 도착, 고생한 기억이 남는다. 두번째는 교직 모임인데 전 대통령의 칩거 흔적을 보았다. 이번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제대로 보았다.

마을입구에서 마을 버스를 타니 15분이면 도착한다. 걸어서 1시간 50분 걸리는 곳이다. 제일 처음 반겨주는 것은 수심교(修心橋). 이 다리를 건너야 백담사에 도착할 수 있다. 다리 아래 계곡에 놓인 수천개의 돌탑! 우리 민족의 심성이 담겨 있다. 가족에 대한 기원을 비롯해 국가 발전을 위한 염원도 있으리라.

다리를 건너면 백담사 극락보전을 가기 위해 통과하는 세 개의 문이 있다. 현판을 보니 금강문(金剛門), 백담사(百潭寺), 설악산(雪岳山)이 바로 그 것. 백담사의 유래도 오늘 알았다. 대청봉에서 흐르는 계곡물이 이 곳까지 도착하려면 100개의 못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국어교사 출신 아니라고 할까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건물 모양이 ㄱ 자 형태로 된 만해 기념관. 출입구에 붙은 '인도에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  만해 한용운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 놓아도 된다는 말이다. 위당 정인보 선생은 만해의 고결한 지절을 '풍란화 매운 향내'에 비유했다.

기념관 앞에 놓인  만해의 흉상, 그 아래 동판의 만해 글씨 하나.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는 '님'을 사랑하는 애인으로 조국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리워하고 애틋하고 아쉬워하는 모든 대상이 '님'이 된다는 것 아닐까?


'나룻배와 행인' 시비(詩碑). 소리내어 읽어보니 가슴에 와 닿는다. 국어교사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는데 그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정말 민족시인답다. 광복을 기다리는 조국애가 넘쳐 흐른다. 그러나 그는 광복을 보지 못하고 차가운 심우장 냉돌에서 1944년 6월 29일 숨을 거두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문학관에서 눈에 띄는 만해의 '옥중 투쟁 3대 원칙' 첫째, 보석을 요구하지 마라. 둘째, 사식을 취하지 마라. 셋째, 변호사를 대지 마라. 이 3원칙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백담사 방문객들은 여기서 그 의미를 새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그가 보석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독립운동은 신념을 가지고 한 것이기 때문에 보석은 얼토당토 않다고 생각했다. 감옥에 들어가면서 휠체어에 일부러 실려가고 보석을 신청해 편하게 지내려는 돈 있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둘째, 사식을 취하지 않은 이유는? 그는 평생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제와 싸울 터인데 사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모진 추위를 세 해나 넘겨가며 이겨냈다. 그의 삶 자체가 나라의 독립이었다. '내 한 몸, 우리 가족은 편하게 지내자'는 우리네 삶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셋째, 변호사를 대지 않았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판검사를 대상으로 논리적으로 싸울 수 있으니 변호사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조국 독립과 겨레에 대한 사랑은 신앙처럼 거룩한 것이었다. 전관예우를 이용해 로펌 거물 변호사를 선임해 승소하려는 치사한 삶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임은 갔지마는 나는 임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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