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같은 선생님

2014.04.01 13:57:00

봄이다. 꽃이 피는 봄이다. 온갖 꽃이 피는 봄이다. 백화가 만개하는 봄이다. 먼저 핀 꽃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면 또 새로운 꽃이 핀다. 기대의 연속이 봄이다. 희망이 끊어지지 않는 때가 봄이다. 흥을 돋우는 때가 봄이다. 새가 흥을 돋운다. 새가 열심히 난다. 새가 열심히 노래한다. 날개도 사용한다. 입도 사용한다. 눈도 사용한다. 아무것도 쉬지 않는다. 온갖 새가 노래하는 봄이다. 새들이 하늘을 신나게 나는 봄이다.

우리 학교에는 빙둘러 벚꽃이다. 지금은 벚꽃의 철이다. 벚꽃이 봄을 노래한다. 선생님을 부른다. 학생들을 부른다. 교직원들을 부른다. 머리를 시원케 한다. 생각을 하게 한다. 기분을 좋게 한다. 엔돌핀이 나오게 한다. 아드레날린은 날라버린다. 벚꽃을 보면 앞서간 매화꽃을 연상케 한다. 살구꽃도 연상케 한다. 봄의 꽃들이 모두 벚꽃을 닮은 것 같다. 벚꽃처럼 흰 꽃이 많다. 화사하게 핀다. 밤낮으로 친구를 불러들인다. 낮에는 해와 함께, 밤에는 별과 달과 함께 어울리며 친구들을 초대한다.

벚꽃은 다정하다. 언제나 웃는다. 한 번도 우는 것 보지 못했다. 언제나 구수하다. 언제나 친근감이 있다. 이런 벚꽃이 오래가면 좋겠다. 귀한 것은 오래 지니지 못하듯이 매화도 그런 것 같다. 벚꽃도 그렇고 모든 꽃이 그렇다. 하지만 머릿속에 입력되면, 가슴속에 새겨두면 오래간다. 영원히 간다. 외로울 때 친구처럼 생각하면 된다. 밤마다 울적할 때 벚꽃 생각하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나는 꽃 하나쯤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벚꽃이 되어도 괜찮다.

벚꽃은 선생님 성품 같다. 누구를 보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 누구를 보아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누구를 보아도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언제나 가슴에 품어준다. 언제나 그늘이 되어준다. 언제나 배경이 되어주고 무대가 되어준다. 자신보다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준다. 주인공을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들에게 화내지 않고 학생들에게 얼굴 표정 나쁘게 하지 않고 언제나 유익을 주며 언제나 성공자가 되도록 이끌어준다. 언제나 밝은 희망을 갖게 하고 내일을 갖게 한다.

벚꽃을 구경하는 이가 기분 나빠하는 이가 없듯이 선생님을 대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으로 인해 기분 나빠하는 이가 없다. 벚꽃은 언제나 어른 노릇한다. 꽃 중의 꽃이 벚꽃이다. 가장 많은 시선을 끄는 게 벚꽃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웃기만 한다. 학생들은 벚꽃 같은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려 한다. 선생님이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선생님이 하라고 하면 하라는 대로 하고 하지 말라 하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어른 말을 들으면 떡이 생기는 줄을 알고 그대로 실천한다.

특히 오늘 같은 만우절에 거짓말을 하는 날이 아니고 선생님이 말씀하는 날, 어른이 바른 말 하는 날, 선생님이 훈화하는 날임을 알고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거짓은 장난이라도 하면 안 되느니라,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그대로 따른다. 그러면 선생님은 웃는다. 이게 벚꽃 같은 마음이다.

선생님은 언제나 벚꽃처럼 학생들의 그늘이 되어준다. 한낮에 뜨거운 햇살은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늘에 있으면 강렬한 햇살도 견뎌낼 수 있다. 또, 선생님은 언제나 벚꽃처럼 멀리 바라보게 한다. 벚꽃은 가까이 봐도 예쁘지만 멀리서 보면 더 예쁘다. 멀리 바라보면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알게 해줄 뿐만 아니라 먼 시각을 갖고 바라보는 눈을 갖도록 해준다.

멀리 바라보는 눈이 없으면 언제나 우왕좌왕하게 되고 방향을 잃게 된다. 이정표 없는 길을 가는 것보다 이정표가 있는 길을 걷는다거나 차를 타면 훨씬 마음이 편하게 된다. 이정표와 같이 먼 곳을 안심 놓고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분이 바로 벚꽃 같은 선생님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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