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춘 단양의 '황정산'

2015.06.22 10:52:00

지난 6월 16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청정자연, 녹색쉼표'를 자랑하는 단양군 대강면의 황정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지였던 황정산(높이 959m)은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위치한 황장산(높이 1077m)과 다른 산으로 주위의 경관이 아름답고 능선에 오르내리기 험한 바위가 많아 스릴과 묘미를 느끼기에 좋은 산행지다. 오가는 길에 선암계곡, 사인암, 방곡도예촌, 국립황정산자연휴양림을 둘러보기에도 좋다.

주말농장의 작물들이 가뭄 때문에 몸살이 났다. 모처럼 물을 배부르게 주려고 부지런을 떤 게 문제였다. 이른 아침 텃밭에 나가 물이 가득 담긴 여로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데 허리가 뜨끔하더니 갑자기 다리까지 당겨 걷는 것이 불편했다. 하필 산행가기 전날 발생한 일이었지만 병원까지 다니며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우고 단양으로 향한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IC를 들어서자 충북선 기찻길과 청주3차우회도로 공사로 어수선한 고향마을이 먼발치로 보인다. 운영진에서 찰떡은 물론 커피까지 타서 자리로 배달하며 메르스 때문에 가라앉은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괴산 읍내에서 가까운 34번 국도의 괴강 만남의광장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의 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일정 안내, 찰떡·사과·수박을 찬조한 회원들 감사 박수, 첫 참여자 소개가 이어진다. 문경 읍내를 지나 여우목 고개를 넘자 말라비틀어진 계곡과 오미자 밭이 길게 이어진다. 경북 문경의 적성리와 충북 단양의 방곡리를 지난 후 방곡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오르막 산길을 달려 9시 50분경 높이 636m의 빗재에 도착한다.


도로가에서 짐을 꾸리고 빗재에서 출발해 남봉, 황정산 정상, 삼거리, 영인봉, 전망바위, 원통암을 거쳐 대흥사로 하산하는 산행을 시작했다. 빗재에서 1시간 20분 거리의 남봉까지는 오르막 숲길이 이어져 볼거리가 적고 흐린 날씨 때문에 전망바위에서의 조망도 나쁘다.



남봉에서 가까운 정상까지 20여분 거리에 기차바위, 노송 등 모습이 괴상한 것들이 많다. 황정산 산행의 묘미는 날씨가 맑은 날 소백산천문대, 도락산, 월악산 등 주변의 봉우리들을 능선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잡목이 조망을 가린 정상의 표석은 속살을 감추며 자신을 낮추듯 작고 아담하다.




한자 이름처럼 황정산(黃庭山)이 황제의 정원이나 신선의 정원같이 멋진 풍경만 펼쳐놓는 것은 아니다. 길 건너편에서 마주하고 있는 도락산의 유명세에 가려 비교적 덜 알려졌고, 바위가 많고 능선이 험한데다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높이에 비해 힘도 많이 든다. 황정산 산행의 클라이맥스는 전망바위 주변의 멋진 풍경이다. 전망바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영인봉이다.


원통암은 아래편 물가에 있는 대흥사의 암자로 요즘 개축 중이라 속세의 공사 현장처럼 어수선하다. 암자에 서면 앞으로 보이는 산줄기가 아름답고 4개의 수직 균열이 부처님의 손바닥을 닮은 칠성바위가 옆에서 맞이한다. 원통암의 약수 대신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가뭄에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대흥사까지 지루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내리막길에서 더 심한 허리의 통증을 참으며 2시 45분경 대흥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대흥사는 근래에 건축했지만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통도사와 함께 창건한 사찰로 1876년 소실되기 전까지 1000여명의 승려가 수도하던 대가람이다. 세상에서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고 만사가 귀찮다. 2013년 9월 8일 석화봉과 수리봉을 산행하며 들렀던 곳이지만 산행의 피로와 통증 때문에 방문을 다음으로 미뤘다.

맑은 물이 흐르는 울산천에 발을 담근 채 땀에 젖은 몸을 씻으니 산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3시에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에 있는 미당광천막국수(043-644-2882)로 간다. 주인의 후한 인심 만큼이나 막국수의 양이 많고 누룽지막걸리가 맛있어 대로에서 벗어난 식당이지만 손님들이 많다.

식당에서 나와 제천한방엑스포공원을 지나는데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자 모두들 즐거워한다. 가뭄과 함께 메르스가 물러갔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제천을 지나자 도로에 빗자국이 없다. 그동안 바빠 찾지 못했던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사이 평택제천고속도로 금왕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7시 40분경 출발지였던 용암동에 도착했다.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산속에서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행복 찾기를 했던 하루였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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