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학교에 속알머리 없는 교장이 왔다!”

2015.11.10 09:28:00

얼마 전 아내가 새로 구입한 샴푸를 건네준다. 본인도 그 샴푸를 사용하고 남편도 챙겨주는 것이다. 얼마 전 여행 때 동생이 가져온 샴푸를 써 보았는데 효과가 있다면서 건네주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남편이 늙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나에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 탈모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치고 그와 맞먹게 발모가 되면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발모보다 탈모수가 많다. 그러면 머리숱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다. 머리카락의 굵기도 가늘어진다. 이러다가 나도 대머리가 되는 것 아닌지? 이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대머리를 유전이라고 본다면 다행이 우리집안에는 대머리가 없다. 돌아가신 아버님도 그렇고 큰형, 작은형이 모두 대머리가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머리숱이 적다. 그렇다면 나도 두발 관리만 잘 하면 보기 흉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내는 청결이 최고라면 매일 샴푸로 머리를 감으라고 충고한다.

대머리 하면 떠오르는 모습 하나. 바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이 어디인 줄 모른다. 머리가 불빛이나 햇빛을 받으면 반짝인다. 그 당시 어린 우리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까진다.” 이 말을 뒤집으면 대머리인 사람을 공짜를 좋아했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시켰다.

공짜와 대머리를 연결시키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교육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은 대부분 교장이다. 교장회의 때 회의 장면을 보도사진용으로 촬영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르다. 과거엔 대머리 교장이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퇴임을 앞둔 교장들도 대머리가 흔하지 않다. 그 만치 건강관리를 한 것이다. 어쩌면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관리한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교직선배님의 대머리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평택에 모 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운동장에서 부임인사를 하는데 수군거리는 학생들 목소리가 들렸다. “야, 우리 학교에 속알머리 없는 교장이 왔다!” 이게 무슨 환영의 말이란 말인가? 보통 교장이라면 화를 내며 그 학생을 불러내 꾸짖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분은 대교장이다. 어떻게 그 말을 받았을까? 유머와 재치가 넘친다. “예, 여러분! 보다시피 나는 속알머리 없는 교장입니다. 그러나 주변머리는 있는 교장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학생들에게서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학생들의 농담을 임기응변으로 멋지게 받아 넘긴 것이다. 역시 통이 큰 교장이다.

얼마 전 가발을 쓰고 다니는 동료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운전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로 다른 차량의 운전에 방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대머리 상태로 운전할 때는 상대방이 비아냥거리는 몸짓과 태도 표정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발 상태로 젊게 보일 때는 상대방이 깔보는 태도가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미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란 말인가?

퇴임한 어느 선배 교장의 현직에 있었을 때 이야기다. “아마 내가 가발을 벗으면 교직원들이 알아보지 못할 거야!” 가발을 벗은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그는 가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가발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가발을 벗으면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 같다. 그것은 여자가 화장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대머리인 그에게 있어서 가발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자신에 대한 예의이자 상대에 대한 배려다.” 나이가 먹으면 탈모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흰머리가 느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인에 대한 배려나 존경심이 해가 갈수록 약해져 가고 있다. 대머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백발이 삶의 경륜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추하게 보인다. 노인일수록 외모 관리가 필요한 시대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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