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의 인연, 그 과거를 돌아보니

2015.11.19 09:25:00

내가 기타를 처음 만나 만져 본 것은 중학교 시절이다.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고 동네 골목에서 친구처럼 지내는 1년 선배가 가지고 나온 것으로 몇 번 만져 본 것이 전부이다. 그 당시 그 친구네는 음악 가족인지 형은 트럼펫, 친구는 색소폰을 불었다. 그 가족은 자연히 기타를 연주할 줄 알았다.

그 친구 누나가 연주하면서 불렀던 ‘해 뜨는 집’(The house of rising sun), 지금도 그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다. 얼마나 치면 저 정도를 칠 수 있는지? 그 당시는 연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의 세계였다. 친구가 기타를 치다 싫증을 느낄 때면 잠시 받아 튜닝 정도 해 본 것이 전부다.

고교 시절, 모범생(?)이 아니라 노는 데 앞서가는 학생들은 기타를 연주할 줄 알았다. 그 당시 연말 공연인가가 수원 YMCA 강당에서 있었는데 우리 학교 기타 그룹이 단체로 연주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었다. 키타 연주를 하고픈 관람객에게 있어 무대에 선 연주자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니 기타를 좋아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같은 과 40명 중 남자 10명이 있었는데 그 중 3명이 기타를 쳤다. 2명은 대중가요와 팝을, 1명은 클래식 기타를 쳤다. 우리 방송실에도 기타가 있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음악을 즐겼었다. 그러나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다.

우리 작은 형 아들이 있다. 네게는 조카다. 작은 형의 선견지명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고교를 졸업한 아들에게 기타 정도는 배워야 한다며 겨울방학에 기타 학원에 다니게 한 사실이다. 남과 어울리려면 최소한도 자신의 기타 반주로 한 곡 쯤은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들어섰다. 초임지 학교에서 대학 1년 선배 여교사가 있었다.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를 비롯해 악기 몇 가지를 능숙하게 다룬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기타가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상에서 탈락했다. 지금으로선 그 당시 그 처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기타 만져본 경험이 있어 모교 근무 때에는 기타 연주까지 하였다. 당시 보이스카우트를 지도하였는데 학교에서 1박 야영을 하면서 캠프 파이어 때 기타 반주로 노래를 하였던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당시 불렀던 노래가 ‘모두가 사랑이예요’ ‘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등이다.

보이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지도자로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어떤 노래든 악보도 없이 기타 반주를 하는 사람이다. 기타 코드를 잡는데 어림 짐작으로 대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에 맞게 노래가 살아날 수 있게 반주를 해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정도 실력이 되려면 기타를 끌어안고 생활화하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던 내가 교직에서의 퇴직을 앞두고 정식으로 기타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바로 구운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구운동 소리사랑에 등록을 한 것. 배우는데 두려움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가입했다. 15명 정도의 회원이 매주 화요일 저녁에 배우는데 나이는 40대에서 50대 정도로 보인다. 그 용기와 도전정신이 부러운 것이다.

구운동 초보기타반에 들어가 배운 것은 임지훈의 ‘내 그리운 나라’. 세샘트리오가 부른 ‘나성에 가면'. 동요 ’등대지기‘,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만수가 부른 ’푸른시절‘ 등이다. 어제는 이 중 ’나성에 가면‘을 집중적으로 복습했다. 왜? 다음 달 12일 기타모임 발표회 때 무대에서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소리사랑에서는 기타연주 외에 장기자랑으로 포크댄스도 출연한다. 어제 처음으로 연습을 했는데 수강생인 유치원 원장님이 친절히 지도한다. 제목은 ‘징글벨 락’이다. 순서를 익히면 몇 차례 했는데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생각해 보라, 불혹을 넘은 사람들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남녀가 손잡고 팔짱끼고 포크 댄스를 즐기고 있다니! 나에게 기타 모임은 생활의 활력소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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