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과 내면의 눈

2016.05.13 12:50:00

지구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악마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떠올릴까? 나름 아닌 아돌프 히틀러이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도 선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목사가 될 꿈을 가지고 있었으며, 노래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어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열심히 교회를 다녀 수도원 합창단 단원이 되었다. 그리고 군대에 있을 때 은폐한 참호로 강아지가 한 마리 다가오자 먹을 것을 주고 돌봐주었는데 누군가가 강아지를 훔쳐 가버리자 그는 며칠 동안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로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이중성이다. 그러면 이중성의 대표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가? 신혼집에 친정어머니가 가서 볼 때 사위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면 우리 딸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생각한다. 반대로 시어머니가 와서 아들을 보면 에그 내가 어떻게 키워 장가보냈는데 저렇게 사누 하며 며느리를 미워하게 된다. 이는 관점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보는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이중성은 이익을 앞에 두고 이성과의 갈등과 선택상황에서 감정이 앞서면 판단은 흐려지고 부정적인 면으로 급선회한다. 이 급선회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감정에 개입한 이기심이다.

요즘 세상은 각박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모두가 지친 상태로 자신의 이익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순간순간 선택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신이 정한 자(尺)가 있다. 그래서 이성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에 판단한 자신만의 자로 잰 결과를 상대방이나 기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 낸다. 이럴 때 제일 낭패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눈의 거리에 있는 상대이다. 상대는 민원서비스 친절도 평가에 옥죄어 감정노동자로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인가?

민주주의는 개인의 의사와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이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우선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로 인하여 높아지는 스트레스 지수와 함께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된 이익만 내세우는 배려가 결핍된 모습이 가상의 공간에서 확산하고 있다. 흔히 교통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다툼에서 이긴다는 상황으로 비교할 수 있지만, 비대면 공간에서 주어진 의사 표현 수단이 발화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모습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주체는 개인이다. 말이든 행동이든 표출되면 그에 대한 상응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표현과 주장은 많지만, 책임은 간과하는 실정이다. 자신 생각이 의사소통 수단을 통하여 퍼질 때 가져올 논란의 여지에 대해서는 별 개의치 않는 현실이다.

이런 이성과 감정의 다툼 중 감정을 더 부채질하는 것이 이기심이다. 이기심을 경계한 대표적인 말로 감탄고토(甘呑苦吐)가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로 자신의 비위에 맞는 것은 취하려 하지만 그렇지 아니한 것은 피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영어단어 약자가 바로 'NIMBY'인데 'Not In My Back Yard', '내 정원에는 안 된다.'이다. 이는 쓰레기 매립지나 공장이 자신의 집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팻말로 시위하는 기피현상과 더불어 공익에 반하는 개인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감탄고토와 NIMBY를 만들어 낸 이면에 숨은 것이 바로 이기심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밀어내고, 유리한 것만 취하는 모습으로 인간의 욕구로 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필연적으로 옳다고 판단하기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필요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취하려 하고 내게 맞지 않는 것을 밀어내고 과감히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나 어떤 기회에서마저도 내 입맛에 따라 설 자리를 다르게 하는 현상과 같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이중성이다.

지구 위의 제일 으뜸의 보석이 다이아몬드이다. 그러나 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것이 사람이다. 이 불멸의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도 처음엔 그저 돌덩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픈 칼날과 뜨거운 불구덩이의 과정을 견뎌내야 빛의 굴절률이 제일 높은 빛나는 보석으로 바뀌게 된다.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다. 살면서 내외적인 요인으로 갈등이 있겠지만, 과욕을 물리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양심과 이성의 담금질이 앞설 때 그 삶은 빛을 발한다. 맛이 쓰다고 무조건 뱉는 즉흥적인 삶이 아닌 신중한 판단과 상대의 처지에서 보는 느긋한 외침과 표현의 눈을 가지는 것이 개인과 이 사회를 빛나게 한다.

푸른 오월! 신록과 더불어 좀 더 살맛 나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처지가 아닌 상대방의 처지에서 보는 내면의 눈이 필요한 지금이다.
장현재 경남 상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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