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육십부터라고?

2016.05.17 13:06:00

어제 진갑일을 보냈다.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해피버스 따위 노래를 못부르게 하는 생일이지만, 아내와 딸들로부터 제법 푸짐한 선물은 받았다. 무슨무슨 날을 싫어해 노래 같은 건 못부르게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이 무슨 축하할 일이냐 싶지만, 회갑 다음 진갑을 맞고 보니 ‘인생이 육십부터’라는 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노화야 신체 부위에 따라 20대부터도 시작된다지만, 60줄에 접어들면서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어서다. 진짜로 60이 되기 전까진 50대 후반에 나타난 부정맥 약외엔 먹는 것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그것 외 병원에 가는 일도 없었다.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60부터다. 우선 치과다. 딱히 아프다기보다는 연말정산 등 현직에 있을 때 하는게 유리할 것 같아 시작한 임플란트는 자그만치 1년 넘게 병원에 다녀야 했다. 완료한지 한 달쯤 지났는데, 지금도 쓸데 없는 사랑니를 뽑아야 한단다.

다음은 정형외과다. 오십 초반에 어깨 통증이 있어 한의원을 다닌 일이 있다. 오십견은 아닌 걸로 판명났고, 얼마간 다니다 그냥 괜찮아졌다. 60이 되면서 정형외과를 찾은 것은 오른 팔 사용이 부자유해서다. 용하다고 입소문깨나 난 의사는 수술을 들먹였지만, 5~6개월 만에 처방 약과 운동으로 오른 팔의 자유를 찾았다.

그 다음은 비뇨기과다. 20대 초반에 남자들이라면 다 가는 일로 들르고 처음 간 비뇨기과다. 60살 추석 직후에 소피를 보고나면 잔뇨감이랄까 정상이 아니라 찾은 것이었다. 전립선 암이나 전립선 비대증 따위 병도 아닌데 2년 가까이 약을 먹고 있다. 두 달 간격으로 약을 처방받는데, 모레가 병원 가는 날이다.

그런데 다시 정형외과를 찾게 되었다. 오른쪽 팔꿈치가 어느 날 볼록 솟아오른 걸 발견해서다. 물집이 잡혀서라는데, 아프지도 않은 것이 두 달 이상 병원을 다니고 있다. 주사에 물리치료까지, 그냥 바늘로 콕 찍어 물을 빼면 될 듯싶은데, 호락호락 볼 게 아닌 병원 나들이다.

이전까지 없었던 일련의 병들로 바뀐 생각도 있다. 요새 남들이 다 안하는 회갑연을 벌인 것이다. 마침 글쟁이라는 핑계도 있어 출판기념회로 대신했다. 60까지 큰 병 없이 무사히 살고 있음은 축하하고, 또 축하받을 일이란 깨달음을 갖게된 것이라 할까.

사실 앞만 보며 눈썹 휘날리게 살아온 지난 날 가장 소홀했던 게 내 몸 챙기기였던 것 같다. 심지어 그 흔한 위내시경 검사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60살 전이었으니까. 몸은 건강할 때 지키란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결코 그러지 못한 지난 날이었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인생이 육십부터라는 말이 희롱처럼 들린다. 젊은 시절 소홀히 한 관리 부실 탓일지 몰라도 그 말은 너무 터무니 없는, 신문기사로 치면 오보이다. 60은 내게 청춘이긴커녕 병원과 보다 친해지는 나이이다. 내일은 오른쪽 팔꿈치의 정형외과에 마지막으로 가는 날이다. 축하할 일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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