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들에게서 배울 점

2016.07.26 11:09:00

어제 저녁 빙하의 나라 파키스탄의 포터(남의 짐을 지는 짐꾼)들의 삶에 대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짠했다. 지금 여름 더위로 인해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이들의 삶을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더위는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포터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 포터들은 아스콜리 마을에서 5200m의 K2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등산객을 위해 짐을 대신 져주고 끝까지 삶을 같이 했다. 가는 길만 6박 7일이 걸렸다. 한 등산객이 가는데 7-8명의 포터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끝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동반자 역할을 했다. 그냥 평범한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나무 하나 없는 척박한 산을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이들이 없었다면 한 등산객을 목적지 다달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위험한 고비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조금만 딴 눈 팔면 길에서 미끄러져 물이 흐르는 곳까지 떨어질 수 있는 그런 위험한 곳도 있었다. 그럴 때 포터 중의 한 명이 달려가 그를 끌어주곤 했다. 포터들 중에는 60대 초반의 연세 많으신 분도 계셨다. 중간에는 빙하의 계곡이 있었다. 떨어지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깊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동반자의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학생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역할을 우리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포터들에게도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역할분담이 잘 되고 있었다. 등산객이 무사히 K2 베이스캠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안내하였다. 이끌어주었다. 힘을 실어주었다.

중간 캠프에 이르면 하루가 저물어진다. 그들이 준비한 음식은 파키스탄식 둥근 빵 하나였다. 이것을 먹고 견뎌냈다. 텐트라고는 밤에 찬바람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땅바닥은 빙하이기 때문에 찬바람이 올라온다. 그래도 그들은 참고 또 참았다. 인내가 삶의 전부였다. 인내없이는 포터가 될 수 없었다. 우리 선생님들도 인내없이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고 이끌 수 없다. 온갖 어려움과 수모를 다 겪는다. 그래도 얼굴은 평온했다. 조금도 불안한 기색이 없었다. 우리 선생님이 포터들처럼 참고 또 참으면 한 학생을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등산객은 오진 산만 바라보고 걷고 또 걸었다. 우리 학생들도 목표를 향해 걷고 또 걸어야 한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쉬지 않는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 꿈이 있는 거북이는 반드시 이룬다. 이분의 발은 엉망이었다. 반창고며 파스를 군데군데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피곤한 기색을 내지 않았다. 첫날 밤을 지새면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친구가 되어주느 것을 보고 힘을 내고 또 내었다.

특히 눈에 돋보이는 것은 포터 중의 안내를 맡은 이었다. 이분은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아주 노련했다. 아주 건강해 보였다. 이분이 있었기에 등산객은 마음놓고 K2 베이스캠프를 향해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 선생님은 학생들의 안내자이다. 안내자가 든든하면 학생들은 마음을 놓는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낙심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중간중간 두려움을 주는 것도 많았다. 함께 짐을 지고 가는 노새가 죽어있는 것도 있었다. 상처를 입기도 하고 짐이 너무 무거워 견디지 못하고 죽은 것도 보였다. 또 등산객이 K2 베이스캠프를 향해 가다 죽은 이들의 무덤도 있었다. 포터의 안내자가 초라한 무덤을 만들어놓았다. 돌로 표시만 해 둔 정도였다.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강하고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은 안내자 때문이었다.

K2는 8,611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했다. 마지막 목적지에 다달았을 때의 환희, 기쁨, 감동을 한번 상상해보라. 고진감래가 생각났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것이다. 빙하산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빙하수의 맑고 고운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도, 맛볼 수도 없는 물이었다. 이 한 모금의 물을 마신 것만 해도 족했을 것이다. 거대한 산, 거대한 빙하, 잔잔한 빙하수, 시원한 바람, 이러한 것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기쁨을 얻게 된 것이다.

포터들의 삶은 위대했다. 행복했다. 희망적이었다. 즐거움이었다. 이러한 삶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의 삶이 아닌가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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