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장(治裝)의 선생님

2016.08.24 09:04:00

아직도 폭염이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하고 극복해야 할 때다. 벌써 개학을 한 학교가 있던데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폭염 속에서 수업을 하려니 힘들 것이 뻔하다. 그래도 참고 견디면 수업다운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린 애들에게 너 꿈이 무엇이니? 하면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이들이 참 많다. 선생님이 참 좋은 직업이다. 누구나 해보고 싶은 직업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을 궁창의 빛처럼 옳은 데로 인도하는 것 자체가 선을 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부모님을 본받기를 원하고 다음에는 선생님을 본받기를 원하며 다음에는 학생들을 본받기를 원한다. 즉 가까이 있는 이들을 본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선생님은 본보이는 대상이라고 한다. 본을 잘 보이면 학생들은 나쁜 것 본받게 된다. 그러면 교육의 실패가 되고 많다. 좋은 것 본받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가르치지 않아도 자식은 꼭 부모님 하는 대로 한다. 좋은 행동이든 나쁜 이든, 좋은 말이든 나쁜 말도 못 속인다. 피를 못 속이듯이. 그래서 부모님을 자식들 앞에서 남의 말 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자녀들도 꼭 남의 말 하는 것을 본받게 된다.

남의 말하는 것은 재미있다. 별식과 같다. 별미와 같다. 그래서 뱃속으로 잘 넘어간다. 그런데 그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배탈이 나고 건강을 해친다. 나중에는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악하게 된다. 그러니 남의 말 하는 것을 애들 보는데 조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선생님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 특히 초임선생님들은 남의 말 하는 것, 단점 말하는 것, 비판하는 것, 비방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학생들 그대로 따라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는 행위를 삼가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요즘 유행이라 하여 아주 짧은 치마를 입으면 학생들은 공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선생님의 짧은 치마 때문이다. 선생님은 유행이 느리는 것이 좋다. 아무리 더워도 너무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처음에는 언제나 정장이다. 그렇다고 옷을 새로 살 필요가 없다. 집에서 입던 옷이면 족하다. 집에서 출퇴근할 수 없는 거리에 가게 되면 시집, 장가 가듯이 필요한 것 다 사 가지고 가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에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필요한 생활용품, 책 등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목민심서에 보면 목민관도 부임의 행장을 보면 도움이 된다. “부임길의 행장은 그 의복이나 안장을 얹은 말(鞍馬)은 옛것을 그대로 쓰고 새로 장만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 가는 사람이 많아도 안 된다. 이부자리와 속옷 외에 책 한 수레를 싣고 간다면 청렴한 선비의 행장이라 할 것이다.”

첫 부임 때부터 마음의 자세가 청렴한 선비의 자세가 되면 좋겠다. 그게 바로 치장(治裝 : 부임길의 행장)의 선생님이다. 선생님 봉급 얼마 안 되는데 외모에 신경 쓰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옷은 언제나 깨끗한 것이 좋고 너무 화려하거나 남의 이목을 끄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평범한 것, 수수한 것이 좋다. 일부러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 것도 허영이다. 차가 꼭 필요하면 형편 따라 중고차도 좋다. 고급차 좋아하면 안 된다.

일본의 한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학교에서는 주차장에 대부분이 티코 같은 소형차였다. 일본 학교 선생님들은 소박했다. 이 점은 본받을 점이다. 초임선생님들은 치장의 선생님, 소탈한 선생님, 청렴한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실천에 옮기면 좋은 선생님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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