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도 사랑이, '끝에서 두 번째 사랑'

2016.10.19 09:18:00

SBS 특별기획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이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7월 30일 시작한 20부작 드라마가 이제야 막을 내린 건 잦은 결방 때문이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올림픽 기간인 8월 6, 13, 20일에 이어 9월 17, 18일 추석 특선영화 ‘암살’과 ‘뷰티 인 사이드’ 방송으로 인해 무려 5차례나 결방했다.

20부작 드라마가 5차례나 결방한 것은, 필자 기억으론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거의 만신창이 수준이라 할까. 그렇게 결방이 잦은 드라마인데 ‘특별기획’이라니,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리송하다. 가령 MBC ‘옥중화’처럼 창사 55주년을 기념한 드라마라면 모를까 아무데나 붙이는 특별기획 남발은 앞으로 자제되었으면 한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시청률 역시 답보 상태였다. 첫 방송에서 8. 7%(AGB)로 시작, 최종회 8. 4%로 종영되어서다. 4회(8월 14일)에서 11. 8%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딱 한 번에 그쳤다. 10월 15일(토) 18, 19회 연속방송은 5%(TNmS) 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흥행과 거리가 먼 그만그만한 드라마인 셈이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2014년 일본 후지 TV가 방송한 ‘최후로부터 두 번째 사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한 마디로 SBC 프로듀서 강민주(김희애)와 우리시청 5급 공무원 고상식(지진희)이 각자 일을 해내가는 과정에서 서로 엮이는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거기엔 그들의 사랑만 있지 않다. 고상식과 강민주 주변인물들의 연애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각자의 일들을 열심히 하지만, 마치 그것은 연애를 위한 장치쯤으로 보일 정도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지향점이 일상 속 연애 내지 사랑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단연 방점은 강민주와 고상식의 사랑에 있다. 그들은, 그러나 청춘의 선남선녀가 아니다. 미혼이라 아줌마는 아니지만 강민주는 46세의 독신녀다. 고상식은 중2 딸 예지(이수민)를 둔 46세의 홀아비다. 이를테면 40대 중반에 찾아온 사랑이 드라마의 포커스인 셈이다.

사실 그것은 좀 놀랍다. 동시에 신선한 발상이란 생각도 갖게 한다. 그 사랑이 불륜 따위가 아니어서다. 결혼보다 계속 연애라는 색다른 해피엔딩으로 끝낸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혼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뭐 그런 가치관의 변화인 셈이다. 판타지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 할까.

일도양단식 정리가 판타지를 거들기도 한다. 강민주를 좋아해 ‘직진남’ 소리를 듣던 박준우(곽시양)와 고미례(김슬기)의 맺어지기가 대표적이다. 고상식을 혼자 연모한 한송이(고보결)의 포기나 바람난 박천수(이형철)의 신애경(김나영)과의 쿨한 정리도 만만치 않다. 사랑의 감정이 그렇듯 칼로 두부 자르듯 단칼에 정리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점에서 62세의 독고 봉(성지루)과 55세 나춘우(문희경)의 결혼은 일상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이다. 각각 홀아비와 과부라는 점은 일상적 현실이지만, 62세라는 남자 나이와 부시장이라는 고위 공직자 신분 등 걸림돌을 극복한 결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인 부시장의 경우가 그렇다.

결혼보다 연애에 방점을 찍으며 결말 맺은 강민주 커플에 대해 ‘이게 정답이야’ 하는 듯한 결혼식이지만, 키스신 등 그들의 열렬한 애정표현에 닭살이 돋았던 건 그 때문이 아닐까. 아빠의 연애에 대해 그런 딸이 일상 속에도 있는지, 너무 성숙한 어른 티를 내는 중2 예지 캐릭터 역시 판타지로밖에 볼 수 없다.

40대 중반에도 사랑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일 수 있지만, 그러나 좀 아니지 싶은 전개가 아쉬움을 준다. 가령 7회(8월 28일)에서 강민주의 ‘푼수’ 캐릭터가 그렇다. 술이 취했다곤 하나 그 나이에 고상식 서재 소파에서 그냥 뻗어 자는 건 말이 안된다. 깨어난 후 ‘별 일 없었냐?’ 묻기도 하는데, 영락없이 푼수로 보인다.

그 외 신석기(도기석)가 업무차 고상식에게 찾아오는 것도 좀 아니지 싶다.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 공무원사회는 국장이 부하직원인 과장을 직접 부르게 되어 있어서다. 드라마 공모전 시상식을 회의실이나 강당이 아닌 부시장실에서 하는 것도 현실감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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