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0월 26일 일본 문부과학대신 자문 중앙교육심의회는 현재의 의무교육에 대한 개혁과 관련된 최종 답신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한다’는 보고서를 작성·제출하였다. 중앙교육심의회는 2003년 5월부터 초등중등교육개혁 추진 대책에 대한 의뢰 등 세 가지 과제를 검토하고 그에 대한 심의 결과를 2년 6개월 여 만에 최종 발표한 것이다. 이미 필자도 일본의 의무교육 개혁안이 각 지방정부의 구조 개혁 등과 결부되어 정치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예민한 국민적 관심 사항으로 부각되었음을 소개한 바 있다(2005년 <새교육> 5월호 참조).
이번 최종 답신은 크게 보아 의무교육의 목적·이념에 대한 재검토, 새로운 의무교육의 방향, 의무교육의 구조 개혁,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도도부현(都道府縣)·시구정촌(市區町村)의 명확한 역할과 협력관계의 강화, 의무교육의 기반을 정비하는 중요성, 의무교육비용 부담 방식에 대한 개혁 등 6가지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삼위일체 개혁’과 맞물려서 지방재정으로 이양을 강조하였던 의무교육비 부담정책은 현행 국고보조 및 부담 원칙을 재천명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는 의무교육비 부담 원칙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점, 재원확보를 확실하면서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등 세 가지 관점에서 현행 국고부담 원칙이 타당함을 강조하였다.
답신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변혁·불확실성·국제경쟁을 위해서 헌법 제26조가 요구하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모습이 의무교육의 목적과 이념이라고 표명하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인격을 형성하고, 국가·사회의 형성 주체를 육성하는 의무교육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보았다. 국가는 이에 대한 책무로서 의무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①기회균등 ②수준 확보 ③무상제 원칙을 보장하고, 국가·사회의 존립 기반이 동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새로운 의무교육의 방향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아동의 사회적 자립을 보장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힘과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일본의 의무교육은 학생들이 학습의욕과 생활습관이 확립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문제행동이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특히 공립의무학교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잘 배우고 잘 놀면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연마할 수 있는 교육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서 의무교육은 질 높은 교사가 가르치는 학교, 학생들이 자주적으로 활동하는 활기 넘치는 학교를 전제로 육성해야 한다. 답신은 의무교육이 학교의 교육력(학교력)을 강화하고, 높은 자질을 가진 교사(교사력)를 확보하여 이를 통해서 아동의 풍부한 ‘인간력’을 육성하는 것이 개혁의 목표라고 명시하였다. 여기에서 아동의 인간력은 아동이 학교생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주요한 영역으로서의 지적 능력(학습력) 외에도 인성, 사회성, 창의성, 미래 생활에 대한 준비성, 생활 개척력 등 다양한 사회생활 적응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답신은 그런 측면에서 의무교육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우선 의무교육 시스템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정비하는 것을 국가의 책임으로 한다. 그리고 시구정촌(市區町村)·학교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는 분권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육 결과에 대한 검증을 국가의 책임으로 하는 방식을 통해 의무교육의 질을 보증하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무교육의 중심적인 담당자는 학교라고 분명하게 명기한다.
학교는 국가·도도부현, 시구정촌과의 협력 관계 속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즉, 국가는 의무교육의 근간을 보장하는 책임을 지고, 도도부현이 지역 내 광역 조정의 책임을 충분히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구정촌과 학교는 의무교육의 실시 주체로서 더욱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시스템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답신은 또한 교직원의 양성·배치, 학교시설, 설비, 교재 등 의무교육의 기반을 확고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래서 의무교육 재원조치를 포함하여 국가·도도부현·시구정촌이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직원으로서, 교육의 성패는 자질 능력을 갖춘 교직원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답신은 교직원의 양성·배치, 그리고 급여 부담에 대한 방식이 교육기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였다.
답신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은 의무교육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답신은 의무교육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의무교육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국가의 교육책임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와 지방 부담을 통해 의무교육 교직원 급여비 전액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함을 명시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교직원 급여비의 부담률 절반을 국고에서 부담하는 현행 제도는 아주 우수한 보장 방법이며, 앞으로도 유지해야 할 제도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방의 재량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총액재량제를 더욱 개선해야 함을 요청하였다.
답신은 현행 국고보조 및 부담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 2004년 11월 일본 정부·여당 합의안으로서의 ‘삼위일체의 개혁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계 중심의 지방 6단체는 당초 의무교육 근간을 유지하면서 세원 이양에 따른 일반 재원으로의 확충과 지방 자유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답신은 세원 이양을 할 경우 47개 도도부현 중 40개 도도부현이 현행 제도에 따른 배분액보다 적은 세원 이양금액을 받게 되며, 이에 따른 지역간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둘째, 의무교육의 기회균등과 수준을 유지·향상시키는 것은 국가의 존립에 관한 중대한 기본정책이다. 의무교육의 성과는 한 지역에 머물지 않고 국가 전체에 관련된 것으로서 의무교육의 경비 문제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또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교직원이 안정적으로 직무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보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비슷한 관점에서 의무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가장 확실하고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무교육에 대해 사용 목적이 특별하게 명시된 재원 보장제도, 즉 국가 부담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이 외에도 답신은 의무교육비 부담제도와 관련하여 몇 가지 추가 제안을 하고 있다. 우선 교재 구입비와 도서 구입비 등 교육환경을 정비하는데 필요한 경비도 해당 총액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공립학교 시설을 정비하는 경우도 지방의 자유재량을 확대하면서도 국가 수준에서 특정한 목적을 지닌 사업에 대한 재원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특히 아동·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진 등 재난 대비를 위한 사업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현재 이 답신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육개혁의 기본 과제로서 추진하고 있는 의무교육개혁의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기업계 및 일반지방행정분야의 거센 압력을 극복하고 의무교육 부담금 제도를 현행 체제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것은 여전히 논란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미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문부과학성이 기본적으로 이 답신 내용을 그대로 계승·수용할 것이기 때문에 의무교육 재정개혁은 당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