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가족부터 변해야

2006.05.01 09:00:00

성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가족'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습득 및 실천은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 속 가족의 모습은 소가족과 대가족에 대한 개념과 특징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가정교과에서도 생활 기술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제 교과서 속에서도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가족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박미숙 | 광주 송원여자정보고 교사


가족의 전통적인 정의는 혈연과 혼인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집단이라는 것이다. 또 혼인, 혈연, 헌신, 법률 등으로 맺어져 앞으로의 상호관계를 기대하며 오랫동안 동거하는 사람들의 관계망으로 정의하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성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가족'은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이유는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변수로 인한 사회 구조의 변화로 가족 구성원수의 급격한 감소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현, 가족 생활주기 등의 많은 변화를 가져 온 것이다.

가정은 가장 원초적인 조직 공동체
미국 가족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의 미래 가족 문화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다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 가족은 '지속성'과 '변화'의 두 가지 축을 모두 가지고 있는 복잡한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가족이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의 변혁은 첫째, 가족 내에서 발생한 성역할의 변화가 부부 간의 부양자 역할과 가사 노동의 역할을 공유하는 양상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둘째, 가족 밖에서 생활하는 미혼자가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 혼자만의 집에서 사생활, 존엄성, 권위, 고독 등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형화된 친부모 가족에서 탈피하여 편부모(한부모) 가족, 혼합 가족, 확대 가족, 공동체 가족, 동거 가족, 동성애 가족 이외에도 결혼, 부모되기, 가족과 함께 살기 등을 거부하는 독신자, 무자녀부부, 편모 가족, 편부 가족, 노인 가족 등의 증가로 다양한 가족 문화, 가족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스콜닉과 스콜닉, 1997)

가족이 살고 있는 터전이나 삶의 보금자리를 우리는 '가정(家庭)'이라 한다. 따라서 가정은 자발적 의식에 따라 이루어지고 운영되는 형태로서 한 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조직이며 공동체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족의 현실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 인구의 감소와 이혼율 급증이다. 이것이 단초가 되어 가정 해체로 인한 사회 문제 및 문화계승의 단절,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문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출현으로 인한 전반적인 가족관계의 변화, 가정폭력, 청소년범죄 등의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이들 문제점의 증가는 가정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는 인적 자원의 빈약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진로를 불투명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습득 및 실천 교육은 타 교과에 비해 가정교과가 주도적으로 담당해 왔다.

행복 추구가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볼 때에, 삶 자체(가족)를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가정(家政)교과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한 셈이다. 결국 앞에서 말한 가족붕괴, 저출산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의 기반은 가정교과가 기본이 된다는 점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교육과정 총론 개정 방향 설정 연구〉(허경철, 2004)에서는 가정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교육을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나 일반 사회인을 대상으로까지 전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적 요구 분석으로 볼 때 성교육, 예절교육에 대한 범교과 학습 요구가 높고, 이는 관련 가정교과에서 수용하는 것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나타나 있다.

감동과 배려를 교과서에 포함해야
가정교과서에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가정(家庭)과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현대 우리나라의 가족문화와 가치관의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정학(家政學)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세계적인 추세인 가정학의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교육 내용을 지양하고 보다 기능속의 가치와 가정문화를 살리는 방향과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 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게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교과서 속의 가족이야기는 가족의 유형으로 소가족과 대가족에 대한 개념과 특징을 주로 다루며 가족 간의 관계가 주로 표피적인 내용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일상적인 대화와 내용만 다룬 까닭에 대화부족으로 인한 깊이 없는 가족관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경향과 부모 자식 간에 서로 감동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배려가 아쉽다.

이청준의 〈눈길〉이라는 소설이나, 허세욱의 〈아버지의 뒷모습〉이라는 수필에서 보면 자식은 평소에 당신의 사정을 말하지 않는 부모에게서 별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의 내색하지 않는 희생적인 자식 사랑을 알게 되어 깊은 회한에 잠긴 자식의 모습을 나타낸다. 교과서에서는 이런 측면의 내용을 다루어야 표피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청소년들에게 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범교과적인 측면에서 해결 필요
또 정형화된 가족은 마치 전혀 문제가 없는 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교과서에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정상적인 가족 속에도 문제점이 있고 현실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에 처한 가족들에게도 문제점이 많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 가족이 보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심층적인 신뢰와 사랑이 밑바탕으로 극복해가는 메시지를 담은 모습의 내용 또한 교과서는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밖에 가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 그런 문제들을 찾아서 교과 영역에 맞게 다양한 문제를 범교과적으로 다루어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그 문제의 중요성과 적극적인 해결의 필요성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중요성, 가정 윤리, 가족구성원의 필요성과 생활습관, 가정생활 및 가족 간의 이해, 신뢰, 믿음, 가족관계의 의사소통 강조,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부모나 자녀로서의 역할의 변화 및 중요성,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형성의 중요성,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 청소년의 심리적 갈등, 가족문제, 가족관련 법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가정과 사회문제, 아동과 노인 복지 관련,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방법, 10대 임신과 관련한 부모의 교육 강화 등 시대적으로 해결을 당부하는 사회의 요구는 강력한 것이 현실이다. 가정교과는 더 이상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기술을 배우는 기능교과가 아니라, 인간이 주체가 되어 생활을 자립하고 삶을 향상시켜 가는 능력을 기르는 교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우리 모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볼 때에, 가족이든 가정이든 문제의 해결은 교육을 떠나서는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범교과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가족의 문제인 것이다. 이것을 너무 추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의 중심을 가정교과로 두고 시작하면 발전적인 확산도 기대할 수가 있다.

가정교과의 성격과 목표도 변해야
사회의 발전에 따라 가사노동이 사회화되는 시점에서 의·식·주와 관련한 기술은 생활의 자립이나 생활문화의 전승, 또는 개인과 가족의 건강유지를 위한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지, 의·식·주의 기술 자체가 학습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춘식, 2004). 사실 현대인들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경제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에서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가족 구성원의 역할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정에서 남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기초적인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지식기반 사회가 빨리 변하는 만큼 가정도 변한다. 이에 따라 사회양상을 반영해야 하는 가정교과의 성격과 목표가 변화하여야 한다.

가정은 사회와 국가의 기본이다. 가정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자유로이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위협받을 경우 자신의 능력이나 아니면 제도적 장치의 힘을 빌려서라도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을 통해서 가족 구성원의 정신적, 물질적 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더욱 풍요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정의 기능과 소중함의 교육을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가정교과가 주로 담당해 왔다. 하지만 사회가 변한 만큼 가정교과의 내용이나 구조도 능동적으로 변해야 하고, 다른 교과에서도 개인 가정의 기능과 소중함을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가족의 개념이 혈연이나 혼인에 의한 개념에서 탈피하여 학교, 지역사회, 민족, 인류가 한가족 공동체 의식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며, 가정 해체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우리사회는 한층 건강하고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새교육 hangyo@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