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교육위원 겸직 허용하라”

2006.05.01 09:00:00

허종렬 | 서울교대 교수, 대한교육법학회 회장


지방교육자치제도를 고치고자 하는 시도가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논의의 큰 흐름은 선거제도를 직선제화하고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와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작년에도 국회교육위원회에 이 쟁점들과 관련하여 제기된 개정법안만 5건에 이른다. 그런데 아직 법안으로까지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에 제기된 개선방안에 현직 국․공․사립의 유․초․중등학교 교사에게 교육위원 겸직을 허용하자고 하는 내용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교육자치법은 교육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자와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 등으로 제한을 가하는 동시에, 교육위원이 되는 자들의 직무 전념 등을 위하여 국․공립학교 교사를 포함한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과 사립학교의 교사 등은 이 직을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특히 한국교총에서 마련한 개정법안을 보면 이것을 고쳐서 고교 이하 각급학교 교사들도 대학교수와 마찬가지로 교육위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담고 있다. 다만 교사들의 경우 그 직을 유지하면서, 교육위원 선거 및 당선 후 교육위원으로서 활동을 하는 것은 직무의 특성상 어려움이 있으므로, 겸직 금지는 풀어주되 교육위원 재임기간 중에는 교직을 휴직하도록 하는 단서를 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교총 안에 대해서 이미 열린우리당은 교육위 간사인 정봉주 의원으로 하여금 교사들의 교육위원 겸직 허용조항을 담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내도록 하고 현재 내부 조율 중이라고 한다. 정 의원 측은 교총에서 성안해서 보내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발의하여 빠르면 6월 국회까지는 처리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등 야당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교사들의 교육위원 겸직 허용 주장은 이미 1991년 지방교육자치법이 발효된 직후부터 바로 제기되어 왔다. 교사들은 대학교수들에게는 이것을 허용하면서 자신들에게는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납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겸직 금지가 자신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수와 차별하는 것이며,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결국 같은 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까지 하였다(헌재 1993.07.29. 91헌마69).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 소원을 기각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이유는 모두 세 가지이다. 교육위원 겸직을 대학교수에게만 허용하고 초․중등학교 교사에게는 금지한 것은 첫째,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는 국․공립학교 교사는 물론 이에 준하는 신분보장을 받는 사립학교 교사가 당연히 감수하여야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고 하는 기본권 제한의 사유에 해당하여 합헌이며 둘째, 교육위원들은 연간 최대 40일에 이르는 정기회·임시회 외에도 각종 소위원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이 매일 매일 수업과 학생지도를 수행해야 하는 교사의 직을 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직무전념의 원칙에서 볼 때 당연한 조치이고 셋째, 교사는 법령에 따라서 학생을 교육하는 자로서 항상 학생들과 사제동행을 하여야 하는 자리인 반면에, 교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학문연구와 사회활동의 자유가 인정되는 바, 위와 같은 차별은 직무의 본질과 태양의 관점에서 볼 때 합리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자치법이 교사들에게 겸직금지 이외에 입후보(入候補) 금지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므로 그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헌재의 이러한 판단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본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성 관점에서의 판단은 교육위원회의 활동이 정당활동이 아닌 것은 물론 오히려 일반행정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과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임에도, 이것을 단지 선거라고 하는 정치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하여 교사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며 둘째, 직무 전념의 원칙에 입각한 판단 역시 이를 교사에게만 요구할 것은 아니고 교수들에게도 요구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상대적 차이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따라서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성이 떨어지고 셋째, 직무의 본질과 태양의 차이에 따른 판단도 설사 교사와 교수 사이의 그러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가령 교사의 경우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는 기간동안 휴직을 하게 한다든지 하는 대안이 있음을 간과하였다고 본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는 교육계와 국회 차원에서 겸직을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여야 정당들의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모처럼 이 주장이 법률을 실제 개정하는 단계에까지 가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을 해보게 된다. 교사의 교육위원 겸직 허용이 시․도교육위원회 활동의 현장적합성 등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도록 여야가 마무리 입법을 잘 추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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