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위주 생태환경교육하는 충남 아산 거산초

2011.06.01 09:00:00

체험위주의 생태환경교육으로 널리 알려진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특별히 생태환경교육에 유리한 여건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 학교의 생태환경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본다.


거산초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곤충체험농장. 컨테이너 가건물 2동으로 이뤄진 작은 공간이지만, 거산초 2학년 학생들의 수업 열기가 무척 뜨겁다.
본격적인 관찰에 앞서, 학생들은 전시실의 곤충 박제를 둘러본다. 이어 관찰실로 자리를 옮겨 전문강사가 전시실에서 본 것들에 대해 질문한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볼 사람 있나요?”
“나비가 더 예뻐요~”
“그럼 더듬이 모양은 어땠나요?”
이 질문에 두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뒤에 서 있던 생태명예교사가 아이들을 다시 전시실로 데려가 차이점을 설명해준다. 그 사이 전문강사의 수업은 계속 이어지고, 이 학급의 담임교사는 아이들의 수업태도 등을 바로 잡아준다.

효율적인 수업 가능케 하는 학부모의 지원
여기서 생태명예교사는 별도로 고용한 교사가 아니라, 이 학교의 학부모다. 20명 정도의 학생이 수업을 진행하는데, 2명의 생태명예교사가 수업을 지원한다. 이들은 생태수업에 동행하며 사진 촬영, 기록 등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적절한 수업지원을 위해 학교에서 전문강사를 초빙해 별도의 생태교육연수를 받도록 했다.
이러한 생태명예교사의 지원이 있어, 효율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을 좀 더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아이들의 태도 하나하나를 살필 수 있다. 특히 넓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체험수업에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창의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학년별 교육과정을 고려해 이뤄지는 생태체험학습
거산초 생태체험학습은 학년별로 진행된다. 공식적인 생태체험학습은 매월 1차례. 교과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사전에 연간계획을 수립한다.
4학년 강마을반을 예로 들면, 3월에는 ‘텃밭에서 겨울을 보낸 생명들’이라는 주제로 텃밭을 비롯한 학교 주변에서 겨울을 난 식물과 곤충을 관찰한다. 4월에는 ‘씨앗에 대해 알기’라는 주제로 씨감자를 심고, 지표면·땅속·깊은 땅속에 사는 곤충을 관찰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런 식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생태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유기농 농부, 양봉업자 등 지역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 사회의 특수성도 반영했다.
수업이 끝나면 교사와 생태명예교사가 그날 수업에 대한 평가회를 갖고, 학기말에는 전체 교사와 생태교육지원단, 자문단이 참가한 평가회를 열어 수업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한다.
체험활동에 대한 평가는 결과로 얻어진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과정에서의 참여도, 협력도, 열성도 등에 주목한다. 결과 기록은 활동실적, 행동 변화, 특기 사항 등을 종합해 문장으로 누가기록한다.

학교 논과 밭을 통한 생태환경교육의 일상화
학교 논과 밭은 거산초 생태환경교육의 가장 중요한 교육장이다.
논에서는 작업의 강도를 고려해 6학년 학생들이 모종내기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노작교육차원에서 실시한다. 저학년 학생들은 직접 농사에 참여하는 대신, 논을 생태학습장 삼아 수서생물을 관찰한다.
학급별로 할당돼 있는 밭에서는 학생 스스로 작물을 골라 심고, 재배해 음식까지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텃밭교육에는 학부모 생활지원단이 참여해, 비닐 설치, 잡초 제거 등 초등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일을 도와준다.

뚜렷한 교육방침과 적극적인 참여
이러한 거산초의 생태환경교육은 프로그램 자체가 다른 학교에 비해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 이론적인 수업만을 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며 배워가도록 하겠다는 뚜렷한 학교방침. 그리고 이에 대한 학교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차별화되는 훌륭한 교육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함께 애벌레를 만지며 보고 느낀 것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교사와 학생. 그런 수업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수업과정을 기록하고 아이들을 챙기는 학부모 지원단. 거산초가 더 좋은 교육을 해줄 것을 믿고 적극 지원하는 지역사회.
환경교육을 하나로 뚝 떼어내 생각하기 보다는 학교구성원의 적극성을 바탕으로, 학교전체 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것이 거산초의 생태환경교육이 각광받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 강중민

강중민 월간 새교육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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