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ungry, Stay Foolish

2011.12.01 09:00:00

인생은 봄처럼 짧다. 인생을 잘사는 법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갈망(Stay Hungry)하면서 우직하게(Stay Foolish) 나아가자.



 전 세계가 온통 혁신과 열정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애도 열기에 휩싸여 있는 요즘, 그의 경험과 통찰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 실리콘밸리에서 도망갈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서서히 내가 하는 일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중략)…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위대한 일이라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필자는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 아이들의 삶의 결정적 혹은 절망적 순간에 많은 개입을 해왔고, 문제 해결을 위해 부모들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모와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나 아이들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도록 하자는 얘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지난 7월호의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라는 글에서 ‘인생의 의무는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이라는 헤세의 노래를 이야기하면서 ‘시시한 배우는 있어도 시시한 배역은 없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주역이냐 조역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알맞은 배역이다. 행복의 기준도 적재적소다. 모름지기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덕성, 지성, 근성, 정성을 길러주는 일과 더불어 적성을 찾도록 돕는 데 모여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그러한 흐름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 근원의 문제는 일의 쳇바퀴가 아니라 내 삶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한 묶음 뽑아서 틈틈이 뿌리고 있다. ‘청춘이여, 코앞의 1% 이익을 좇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에 가능성을 묻고 우직하게 기다리는 투자가, 열망하는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는 우둔한 답사자가 되어라!’라고.

어떻게 살 것인가

다들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대학 4학년이 되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고민을 합니다. 사실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고민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입니다. 이것이 해결된 다음에 여기에 맞는 회사가 어디인지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단순히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됩니다.
제 친구 중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을 가진 친구들이 대단한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2~3년차에 접어드니까 그 중의 절반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 똑같은 말을 하고 나왔어요.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대학 4년은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찾아내는 기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클럽활동을 했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최대한 많은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난번에 참가했던 ‘경영연구대회’를 매우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이 일을 저의 직업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컨설턴트 분야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글로벌 컨설턴트를 향해 힘차게 걸어갈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과 이제 막 대학 졸업을 앞둔 두 젊은이의 고백이다. 이것은 대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성적에 맞추거나 학과만 보고 대학 진학을 하다 보니 휴학이나 자퇴, 재수와 같은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재미있는 통계자료가 하나 있다. 1960년부터 20년 동안 예일대의 스롤리 블로트닉(Srully Blotnick)연구소에서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 1500명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의 동기에 따른 부의 축적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즉, 졸업생 중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1245명, 83%)한 그룹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그룹(255명, 17%)으로 나누고 20년 후에 이들을 다시 추적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졸업생 1500명 중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101명이었는데 그 중에 100명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한 그룹이었고, 돈을 목적으로 선택한 그룹에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단 1명뿐이었다.
21세기의 천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친 사람이다. 성적으로 다그쳐 아이들의 기(氣)를 꺾지 말자. 나는 당구를 딱 한 번 쳐보았다. 대학 1학년 때 ‘쓰리쿠션’인가 하는 것을 하다가 잘 안 되는 바람에 그만둔 후로는 한 번도 당구장에 가본 적이 없고, 고스톱도 20여 년 전 설날에 해보고는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으니까. 따라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꿈을 찾게 하자. 대자연을 보고 세상을 보고 사람을 만나게 하자. 시인 고은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산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지그시 따뜻한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은 더욱 아릅답습니다/ 거기 그대와 나

소현이의 눈빛
이번 여름 방학 때 ‘진로진학상담교사 자격 연수’에서 「학교에서의 진로지도」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했다. 강의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재일교포 고모님이 주신 하얀 나일론 와이셔츠를 아버지께 드리지 않고 내가 교사가 되었을 때 준다며 어머니께서 장롱 속에 고이 넣어두셨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의 진로는 이미 교사로 정해져 있었고, 그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나, 부모님의 합작품이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진학 때 7형제를 키우는데 힘이 부친 아버지께서는 5년제 공업전문대학(고등학교 3년 + 대학 2년)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 하러 부산에 유학을 왔다’는 말로 버티어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대학 원서를 쓸 때, 또 아버지의 완강한 압력이 있었다. 학비도 들지 않고 군대도 가지 않는 교육대학으로 가라는 말씀이셨다. 그 당시 교육대학은 2년제로서 학비 전액을 면제받았고 RNTC라는 제도를 통해 재학 중에 군사훈련을 받고 군복무가 대체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다시 힘든 순간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과학 선생 하러 유학을 왔다’는 고유의 버티기 작전과 담임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사범대학으로 겨우 진학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선생을 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하신 ‘갑룡아! 너는 풍금도 잘치고 공작(工作)도 잘하니 선생님 하면 잘할 것이다’ 라는 말씀을 잊지 못한다.
나는 종종 진로에 관해서,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으면 본인의 뜻대로 밀고 나가라고 얘기한다. 인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교장선생님, 저는 아이가 연극에 목표를 둔 후 제대로 아이의 눈을 보지 못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부터 하고 나서 그 꿈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외면하고 싶었나 봅니다. 결국 이번 여름 방학에 아이는 밀양1)으로 가면서 엄마 마음 편할 때 읽어주길 부탁하며 장문의 편지를 두고 갔습니다. 저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 후 처음 맞이하는 이번 방학은 학력 신장에 우선을 두어야 하는데 우리 아인 그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으로 사실 많이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보신 소현이의 눈빛을 저도 읽었습니다. 엄마에게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히 소신 있게 의지를 보인 눈빛을 저도 보았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보신 싹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스승님의 선견(先見)을 져버리지 않게 잘 가꾸겠습니다.

자녀의 진로 문제로 고민하시던 우리 학교 1학년 학부모님께서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공부로써 승부하기를 바라던 어머니의 진솔한 마음은 참으로 인간적이다. 또한 전문연극인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과 세미나에 간절히 가고 싶어하는 소현이 또한 멋있다. ‘어머니! 내가 본 소현이의 그 눈은 참으로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소현이가 가고 싶어하는 길로 가도록 합시다’라는 말로써 오랫동안 끌어오던 갈등은 해결되었다. 여기서 나는 워크숍에 참가하는 소현이의 ‘참가동기 및 자기소개서’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글짓기를 통해 이야기를 읽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 <유리가면>을 본 뒤로 배우는 물론이고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 각각의 호흡, 관객과의 교감이 있는 종합예술인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막연했던 관심은 지난 5월부터 가마골 소극장에서 뮤지컬 <천국과 지옥>을 본 것을2) 계기로 열망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극작가의 꿈을 조심스레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지도를 통해 연극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많은 작품을 접하고 싶어 워크숍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이 복합적인데 비해 제 경험이 짧고 나이가 어려 부족함은 있겠지만 제가 꿈꾸는 일에 대해 많이 알고, 가까워지기 위해 성실히 임하려 합니다.

낯선 곳으로 가라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경남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선택 십계명’이다. 참으로 유용하고 대담한 조언이다. 삶이란 안정의 반대말이다. 안정을 추구하기보다는 내면을 성찰하는 길을 가라는 말이다. 길이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여 전 통계청의 사회통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15~24세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장은 국가기관(33.5%)이며, 공기업(11%)까지 합치면 청소년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마음이라면 참으로 바람직하겠지만 사실은 정년까지 잘리지 않고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생 시계로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벌써부터 꿈과 야망, 용기와 모험심은 버리고 튼튼한 밥줄이나 붙잡으려는 안정에 성급히 삶을 거는 우리 아이들을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서 190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루디야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65 ~ 1936)의 <만약>이라는 시로 채찍을 가하고 싶다.

…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 /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허리 굽혀 낡은 연장을 들고 그것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 /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실패와 성공이 아니라 오직 무수한 시도가 있을 뿐이다. 인생은 봄처럼 짧다. 인생을 잘 사는 법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갈망(Stay Hungry)하면서 우직하게(Stay Foolish) 나아가도록 독려하자. 구름을 사랑하던 헤세를, 별을 기리던 생텍쥐페리를 만나러 가는 길은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조갑룡 부산 경남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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