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학업성적 관리의 요건

2012.02.01 09:00:00

학교에서 학업성적관리는 반드시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의해 실시하되,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비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학업성적 관리의 어려움
 매번 학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의 정기고사 시즌이 되면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문항을 출제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보안문제, 공동출제의 내용을 몰라 분담해서 출제하는 문제로 인한 문제, 참고서나 학원에서 예측한 문항이나 자료를 활용해 출제하는 문제, 과거의 출제 문항을 그대로 출제해 야기되는 문제 등 그 양상이 다양하다.
그리고 인쇄과정에서의 보안문제, 보관문제, 계수 측정의 오류 문제 등이 있고, 시험감독 배정의 형평성 문제, 감독교사의 시험감독 문제, 교사 개인차에 의한 부정행위 학생 적발의 형평성 문제, 학부모 명예교사와 감독 과정에서의 문제, 감독교사의 입실시간 미준수, 시험지 및 배부시간과 시험 종료 후 수거 등에 있어서의 시간차 문제 등이 자주 나타난다.
또한 시험이 종료되면 늘 몇 건씩 발생하는 문제오류 문제, 복수정답 문제, 조건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아 답이 없는 문항 발생 문제, 문항별 배점 표기 오류로 인한 문제, 서술형평가라 할 수 없는 단답형 문항 출제로 서술형 평가의 비율을 맞추는 문제 등이 나타난다.
아울러 채점과정에서 정 · 오답 입력으로 인한 오류 문제, 서술형 평가 문항의 다양한 채점 오류 문제, 결시자 및 기타 점수 미부여나 일부 부여 학생에 대한 처리 누락 문제 등으로 인한 전체 성적의 오류 문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수행평가를 하면서 야기되는 교사 간, 교과 간, 학급 간, 남녀 학생 간의 차이 및 평가 방식 등의 다양한 문제는 이루 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따라서 학교에서 학업성적관리는 반드시 학업성적관리규정에 의해 실시하되,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대비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반드시 수학능력시험 체제로 운영하면 되지만 단위학교에서는 아무리 관리 · 감독을 철저히 하고, 문제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 노력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례 유형과 조치 방법
공동출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유권해석이 모호하다는 이유를 들어 교사들이 각자 몇 문항씩 일정 비율을 맞춰 출제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공동출제란 해당 교과 교사들이 교과협의회를 통해 교육과정상의 학습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문항을 구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공동출제는 엄밀히 말해 관련 교사 전원이 참여해 문항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교사 개인들이 일정 범위를 정한 후 문항을 출제해 편집하는 편법을 하고 있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목표이원분류표에 문항별로 누가 출제했는지를 표기하기도 하며 개인 출제임을 증거로 남기는 학교도 있다. 그래야 문항의 오류가 발생하면 나머지 교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공동 출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최소한 교사 개인이 출제했다 하더라도 공동 출제의 형태를 갖추려면 관련 교과교사들과 문항에 대해 토의하고, 검토하고, 수정 ·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항 출제 과정에서 어느 한 교사가 출제 문항이 저장된 USB를 분실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럴 경우 도난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관련 교과 교사들을 소집해 처음부터 문항을 재출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는 반드시 시험 출제 기간에는 보안문제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인쇄과정의 유출, 문항지 보관 시 보안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시험이 종료된 후 확인해보니 조건을 잘못 제시했거나 제시하지 않아서 또는 문제 자체의 오류로 전답처리를 해야 할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그리고 문항 오류로 인한 문제인데도 추가시험을 보겠다고 주장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전답처리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재시험을 보는 경우에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형평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협의회를 통해 문제 오류의 진상을 명백하게 논의하도록 하고,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처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시험을 보는 것이 타당할 경우 재시험으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학생이 최소화되도록 하되 불이익을 보는 학생이 다수 존재하면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강구한 후 차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험 도중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그래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0’점 처리했다. 그러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정상참작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와 고의가 아니니 하면서 다양하게 항변해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선생님들로 하여금 감독을 철저히 하되 학생들의 부주의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주지를 시켜야 하는 것이 핸드폰 및 전자기기 소지 문제다. 아침에 담임교사의 임장지도하에 수거하는 문제, 방송으로 알리는 문제, 감독교사마다 한 번 주지시키는 행동 등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치와 행동이 수반되지 않았을 때 또는 교사 간의 개인차가 발생하면 해당 학생 학부모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게 되고 그러면 다른 문제로 파급될 수 있다.
감독교사가 문제지를 배부하다가 뒷장 1장의 문제지가 부족해 옆 반에서 급히 공수하여 해당 학생이 문제를 풀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앞장은 인문사회계열의 문제를 풀고 뒷장은 자연계열 문제를 풀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인쇄기의 오류나 교사의 계수 실수로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학생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실시해야 하는데 해당 학생의 동의가 필요하고, 난이도를 맞추는 문제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쇄에서부터 문제지 봉인할 때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는 것과 동시에 부족할 시 감독교사가 임의로 조치하지 말고 고사본부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전반에 공동 출제한 교사들이 모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채점은 시험당일 해당교과 교사가 즉시 실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시자 문제나 문제의 오류 및 시험관리의 각종 문제를 즉각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서술형 평가의 경우 채점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집에 가지고 가서 채점하는 사례가 많고, 잃어버리는 사례도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매우 심각한 사태라 할 수 있다. 해당 교사는 중징계를 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나 재시험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학교의 신뢰 추락과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답안지를 학교 밖으로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학교 내에서 채점을 완료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서술형 평가의 채점에 대해 매뉴얼을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수행평가를 집단으로 구성해 집단별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항의와 이의 제기를 받았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수행평가는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과제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평가를 함에 있어서도 개인별 평가를 해야지 그룹으로 평가를 하게 되면 일부 학생만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은 어부지리로 얻게 되는 사례가 발생하거나 열심히 하고도 그룹평가가 낮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교실 내에서 수업 중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행평가를 그룹으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수행평가 시기가 일정 기간에 집중되어 있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왜 수행평가를 집에서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항의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특히 수행평가 기간에 대한 교과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정기고사가 임박해 집중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교과별 수행평가 기준안을 만들어 제출할 때 사전에 교과별로 수행평가 기간을 적도록 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서술형 평가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최근 추세에 맞춰 수행평가 비율이 의무화 되어 있는 교과를 제외하고는 그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교사의 평가부담과 평가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음악, 미술, 체육의 경우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지필평가가 필요한가? 관련교과 교사들 중 상당수는 지필평가를 통해 교과의 지위를 유지하려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학부모나 학생 그리고 타 교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부담만 주는 평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수행평가로도 충분한 교과에 대해서는 교육과정 운영 시간 중에 평가하는 것도 학생들이 예체능 교과에 대해 더 많은 흥미를 갖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정한 학업성적 관리를 위한 조건
 학업성적 평가 및 관리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출제 - 인쇄 - 시험감독 - 채점 - 확인 - 공개 등은 수학능력시험 체제로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학년 초에 평가 계획을 공개하고, 평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하며, 평가관련 세부사항은 반드시 교과협의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 제고를 위해 공동출제를 엄격히 하고,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모든 교과의 평가계획과 평가 범위 · 문항 수 · 방법 · 비율 등과 문항 출제 오류 심사, 공동문항 제작 및 심사 등 학업성취도 관련 평가에 대해서는 교과협의회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교과협의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과 연계해 시간을 안배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주 1회 이와 같이 교과협의회를 갖도록 하면 처음에는 협의록 문제니 특별히 논의할 것이 없다는 등 하면서 이유를 대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평가문제, 교과 교수-학습 개선 문제, 예산문제, 방과 후 프로그램 문제,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제안, 친목도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어 학교 교육활동의 긍정적 시너지원이 된다. 협의록 작성은 월 1회만 하도록 하는 것도 교과협의회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며, 월 1회 정도는 관리자가 동참해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회의를 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공동출제에 대한 확고한 인식 전환은 문항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며, 변별력 문제, 교과 관련 교육과정 구성이나 오류 발생 시 처리 절차 등에 있어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감독교사에 대한 반복적인 연수의 실시가 중요하다. 감독교사의 무지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연수를 실시해야 한다. 만일 감독교사 개인차로 인한 문제가 야기되면 형평성 문제 등으로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정행위 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항의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부모 명예교사와 공동 감독을 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않고 표준화된 감독 매뉴얼에 따르지 않을 경우 파장은 매우 크게 된다. 따라서 교사의 감독 업무 숙지를 위한 연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수학능력시험 체제로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방송 시스템의 구축이다. 가능하면 감독교사는 시험장에 입실해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담임선생님은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수거해 교무실에 비치하시기 바랍니다. 감독교사 입실시간입니다. 답안지를 배부해 주세요. 문제지를 배부해 주세요. 5분 남았습니다. …” 하나하나의 과정마다 멘트를 하도록 구성해 학생들도 방송 멘트만 들으면 시험 절차 전체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은 정말 중요하다.
네 번째로 시험이 종료된 교과, 즉 당일 시험을 실시한 교과의 교사들에게는 반드시 당일 답안지 채점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객관식에 대한 채점을 실시하면 결시자 문제나 답안지 미제출 학생 등에 대한 데이터가 명확하게 표출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채점을 하고 학생들을 귀가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채점을 하면서 문항의 오류가 있는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평가문항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 및 우수 문항 제작을 위한 평가전문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 등이 필요하다. 평가전문가에게 정기고사 문항을 보내주어 일차 문항에 대한 검토 분석을 한 후 전문가를 학교로 초빙해 직접 연수를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참고로 경기도에는 PCK 전문평가단이 있어 교과별로 평가컨설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평가전문가에 의한 평가컨설팅은 교사들의 평가능력을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서술형 평가 문항 제작에 대한 특별 연수는 학교마다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같이 평가전문장학관과 팀이 있는 시 · 도교육청이 없는 상태에서 서술형평가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평가전문가에 의한 컨설팅과 특별 연수 등은 교사들의 평가능력 신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수시로 실시해야 한다.
끝으로 현행의 상대평가제 하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열심히 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은 평균이 55∼60점 정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상분포를 이루게 되며,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 유리한 내신이 산출될 수 있다. 따라서 교과협의회를 실질적으로 개최해 변별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한다. 학원에서 예측하는 문제나 참고서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사례, 사전에 나누어 준 자료에서 대충 출제하는 사례 등이 반복되게 되면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기평가에 대해 불신이 증가할 것이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문항지 공개가 이루어지면 학교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새로운 민원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체제 변화와 학교의 대비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술형 평가 및 수행평가 개선,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고등학교 석차 9등급제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급우들 간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해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협동학습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등수에 의해 일률적으로 학생을 상대평가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 진로에 따른 다양한 교과목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그래서 과목별 · 학년 단위로 상대평가 하는 현행 석차 9등급제를 개선해 교육과정에서 정한 성취기준 · 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학생 중심의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 학년 내의 석차에 의한 상대적 서열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학생들 간 지나친 경쟁의식을 지양하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휘시켜 창의 · 인성교육이 구현되는 교실 수업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2012~2013학년도 시범 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부터 고교내신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서 또 한 차례 학교현장이 변화를 겪게 됐다. 학생들을 줄 세워 석차를 매긴 후 일정 비율대로 등급을 나누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교과부가 ‘성취평가’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는 절대평가는 개별학생이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해 성취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고교 내신은 대학 입시의 중요한 전형요소다. 따라서 일선학교에서 무조건 일정한 학업성취수준에 도달했다며 무더기로 높은 성취도를 매기는 ‘성적 부풀리기’를 막는 것이 절대평가제 도입의 성패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절대평가 어떻게 하나?
현행 상대평가제는 학생들의 과목별 성적을 1∼9등급으로 나누는 석차 9등급제다. 반면 2014년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되는 교과목별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 A-B-C-D-E와 낙제에 해당하는 F(Fail) 등 6단계 성취도를 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한국사를 제외한 모든 고교 교육과정을 선택과목으로 편성했다. 또 보통교과(특성화고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교과 이외 국 · 영 · 수 · 사 · 과, 예술 · 체육 등 일반교과)를 수준과 영역에 따라 기본-일반-심화 과목으로 구분, 학생들이 수준에 따라 과목을 고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 과목을 선택한 학생수가 13명이 안 되는 ‘소인수 선택교과’가 생길 수도 있고, 이 경우 극단적으로 상대평가 9등급제에 따른 1등급을 낼 수 없는 상황도 생긴다. 수능에서도 사용하는 ‘스태나인(Standard Nine)’ 방식에 따라 학생이 14명 이상이 돼야 정규분포에 따른 1∼9등급이 나올 수 있다. 1등급 1명, 2등급 1명, 3등급 1명, 4등급 3명, 5등급 2명, 6등급 3명, 7등급 1명, 8등급 1명, 9등급 1명이다.

학생부 표시방법
종전의 ‘수우미양가’는 사라지고 6단계 성취도를 A-B-C-D-E-F로 구분해 학생부에 기재한다.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평가의 난이도와 점수 분포 등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원점수, 과목평균, 표준 편차도 제공한다. 체육이나 예술교과는 지금처럼 성취도만 기재하되, 명칭만 ‘우수 · 보통 · 미흡’에서 ‘A · B · C’로 바꾼다. 교양교과와 기초교과의 기본과목도 현행대로 단위수와 이수 여부만 기재한다. 중학교는 현재도 절대평가이지만 상대평가적 요소인 석차를 가미한 형태다. 내년부터는 수-우-미-양-가 성적 표기방식을 A-B-C-D-E-F로 바꾸고 석차를 삭제한다.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하는 것은 고교와 같다. 성취도별 성취율은 90% 이상이 A, 90∼80%는 B, 80∼70%는 C, 70∼60%는 D, 60∼40%는 E, 40% 미만은 F단계다.

제기되는 문제점
이번 교과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 발표에 대해 교육 일각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는 성적 부풀리기 방지이며, 두 번째는 대학의 학교내신 미반영의 증가이다. 따라서 고교들이 내신 성적을 좋게 하기 위해 A등급을 남발하는 부작용을 막는 다양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교과부는 6단계 성취도 이외에 원점수와 과목평균, 표준편차를 병기하도록 한 것과 교과목별로 성취도별 기준 성취율, 성취도별 성적분포 현황 등을 초 · 중 · 고 정보공시사이트인 ‘학교알리미’를 통해 공개하도록 해 어느 학교가 부풀리기를 했는지 비교할 수 있게 한다. 동시에 시 · 도교육청 단위로 학업성적 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교과부가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교과부는 매년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연계시켜 보면 그 학교의 성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풀리기를 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과연 철저히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4년 당시 절대평가제가 폐지되고 상대평가제로 전환한 것도 무더기 성적부풀리기가 사회문제가 되면서였다. 수-우-미-양-가와 석차를 주는 절대평가 아래에서 학교가 시험을 쉽게 내고 동석차를 양산해 대학들이 내신 성적을 불신, 입학전형에서 내신 반영률을 줄이는 등 혼란이 컸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위와 같이 현행 상대평가제 하에서도 서울의 주요대학들은 학교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을 낮춰 내신을 무력화해 왔는데, 향후 수시모집 등에서는 대학별고사가 정시에서는 수능만이 주요 객관적 평가항목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원점수와 평균 및 표준편차를 기재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재가공해 사용할 수 있어 무늬만 절대평가제가 될 소지가 매우 크다. 그래서 종전에 상대평가제가 갖고 있었던 제반 문제가 학교에서는 여전히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2014년부터 전면 시행하게 될 교과교실제와 학점제 등을 실현하기 위한 제반 여건 조성면에서 많은 한계점을 드러나게 되어 학교별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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