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령 인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 초등교장

2012.08.01 09:00:00

인천 청라달튼 외국인학교는 외국인을 교장으로 두는 여느 외국인학교와 다르게 한국인을 교장으로 초빙하였다. 영훈초등학교에서 37년간 교편을 잡고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회를 거친 심옥령 교장은 청라달튼 외국인학교의 교장이 되기까지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단을 지켜왔다. 올해 5월에는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교육 방법과 초등교육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초등 시절 진짜 스펙이다>라는 책도 발행했다. 학부모 대상 강의, 신문기고, 저서 집필 등으로 바쁜 나날 와중에도 학생들을 향한 관심을 첫 번째로 두고 넘치는 사랑을 숨기지 않는 심옥령 교장을 만나 보았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

교대를 졸업하고 처음 교단에 섰던 시절, 심옥령 교장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학생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학년 담임을 주로 맡아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무조건 공부를 많이 시켰고 그의 반 학생들은 언제나 도내 학력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러나 영훈초등학교로 옮겨 한곳에 오래 있으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고, 또 자신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초등학생에게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초등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기초를 쌓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심 교장은 “물고기를 잡아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책을 많이 읽고 내용을 외우게 하기 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교사 시절에는 모든 교실 활동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책을 읽다가 나오는 모르는 낱말을 찾는 법부터 시작해서 책에 담긴 내용을 알기 위해 비교하고 대조하기, 원인과 결과 찾기, 비판해 보기 등 책을 읽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공부하는 방법에서부터 생활 태도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자 학생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방법을 찾는 일에는 항상 토론을 함께했다.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과 함께 왜 이 방법이 좋은지를 알려주고 더 나은 방안은 없는지 찾아보게 했다. 처음엔 머뭇거리고 관심 없어 보이던 학생들도 어느새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했다. 물론 학생들의 방법이 더 옳다고 생각될 때는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을 경험하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대로 행동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배운 학생들은 중·고등학교에 가서 ‘말 많은 아이’ 그러나 ‘논리적인 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는 각자 잘하는 것이 달라요”
구체적으로 방법을 일러주는 ‘차근차근 교육’과 끊임없는 선택의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각자 자신만의 장점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EBS 프로그램 팀이 열린교육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영훈초에 찾아왔을 때의 일이다. 심 교장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에게 담당 PD가 “이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누구냐?”고 묻자,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던 학생은 “이번 시험에서 점수가 가장 잘 나온 애를 말하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이어 “수학문제를 가장 잘 푸는 애는 저 아이고, 그림은 이 친구가 제일 잘 그려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 건 쟨데, 읽은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는 건…” 하며 쉴새없이 알려주더란다. 꼽아보면 반 학생들 저마다 각각 잘하는 부분이 있으니 어른의 ‘우문’에 대한 아이의 ‘현답’인 셈이었다.
이렇게 각자의 장점을 찾아주기 위해 심 교장은 준비한 과제물을 발표할 때도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게 했다. 가만히 서서 준비한 것을 보고 읽을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학생들은 직접 강연자가 되어 칠판 앞을 누비며 발표를 하기도 했고, 다른 학생들과 모여 연극식으로 준비한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컴퓨터에 능숙한 학생은 컴퓨터를 이용하고, 어떤 학생은 그림을 그려 자신이 준비한 것을 표현했다.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자기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못하는 것을 찾아 다그치기보다,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잘한다고 격려하며 이끌어주는 것이 높은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도 돼, 괜찮아, 뭐든지 할 수 있어”
“하교 지도를 할 때 보니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면서 눈을 맞추시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고 있구나, 사랑이 넘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3학년에 올라가는(외국인 학교는 9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된다) 안유민 학생의 어머니의 말이다.
심 교장은 학생들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적극적인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엄마 같은 존재로 남기를 원한다.
영훈초 시절, 중학생이 된 제자가 가출하여 찾아온 적이 있었다. 심 교장은 학생이 자신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비밀리에 알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학생을 데리고 있었다. 심 교장의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밥도 먹고, 잠도 자던 학생은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심 교장을 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꼈는지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또 생각이 변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집 앞까지 함께 갔다.
학생들이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생각한 것을 표현해도 된다는, “그래도 된다”,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들에게 안된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것은 없어요. 단지 어른들이 지칠 뿐이죠”라고 말하는 심 교장의 표정에서 학생들을 향한 무한 신뢰와 애정이 드러났다. 이런 애정과 안정감 속에서 학생들은 자존감을 갖게 되고, 마음껏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게 된다고 심 교장은 덧붙였다.

공부하고 실천하고 반성하는 교사
학생을 성장시키는 것,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사회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면 효과적인 교육의 방법은 학생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자 흥미 있는 것이 다르고 잘하는 것을 발전시켜 나갈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장점을 찾아 성장시킬 수 있으려면 교사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쉬지 않고 연구해야 한다고 심 교장은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요건 세 가지가 있다.
“연구하고, 그것을 바르게 실행하고, 반성적으로 사고하는 거죠. 누구나 자기를 돌아볼 때 발전할 수 있거든요.”
항상 학생들과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며 작은 의견도 그냥 흘려듣지 않았던 심 교장의 수업은 교육에 대한 그의 철학과도 일치하고 있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 직업이고,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심 교장은 얼마 남지 않은 은퇴 후에도 학교 컨설팅이나 교원 교육 등의 교육 관련 일이나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달려오는 학생들을 향해 팔 벌리는 심옥령 교장의 얼굴에는 오늘도 웃음꽃이 가득하다.
박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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