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은 그 시대의 교육을 담아내는 하나의 그릇과도 같다. 그릇의 형태, 질, 기능에 따라 무엇을 담을 수 있는가가 결정되듯이 학교시설이 어떠한 모습을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담을 수 있는 교육의 종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그 시대의 사회발전과 가치관에 따라 변화하며 또한 그 사회의 모습과 가치관을 바꾸고 발전시키게 된다. 따라서 지나온 학교시설의 발전과정을 돌아보고 학교시설의 현대화 모습 및 미래 학교시설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표준설계에 의한 과거 학교시설
1945년 해방 이후로 정부는 새로운 학제를 구축하고 의무 교육제도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학교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교육시설 및 생활기반시설이 파괴돼 막대한 전후 복구비용이 소모되면서 의무 교육의 수요 증대에 걸맞은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새로운 학교시설환경을 마련하지 못한 채로 취학률만 높아져 그로 인해 과밀·과대학교가 출현하게 됐다. 급증하는 학생 수에 비례해 교육시설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과밀·과대학교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시설을 확충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대지와 부족한 예산으로 급증하는 학생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때문에 학교건축은 급증하는 학생 수를 감당하기 위한 교육시설의 양적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수요가 급증하는 학교시설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1969년 「학교 시설 설비 기준령」을 제정하게 됐다. 1970년대부터 추진된 학교표준설계도는 1980년대에 문교부 표준설계도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게 돼 구조적, 환경적으로 일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건축 발전에 공헌했으나 학교마다 특색 없는 시설을 가지게 되는 단점을 지적받기도 했다.
건설부가 공인하는 문교부 표준설계도는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1990년대 초에 폐기됐다.
교육과정 변화 등으로 학교시설도 변화
획일화된 교육환경에 대한 변화 요구가 계속적으로 제기되면서 1989년 문교부에서는 ‘초등학교 건축계획의 모형연구’를 통해 새로운 학교 방향설정에 대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서울 불암초등학교 학교시설 현대화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이 학교는 1993년에 개교했는데 당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의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공간과 기능 및 동선체계를 가진 학교의 모습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학교 건축은 이런 영향으로 획일화되고 일체화된 건물을 탈피하고 각 건물동의 높이 변화에서부터 직사각형의 일관된 매스 형태들이 원형과 곡면이 포함된 다채로운 입면의 변화를 줘 지역별, 학교별 개성이 가미됐다. 또 대지 형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친화적인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학교시설 건물의 형태 및 배치에 대한 시도가 이뤄졌다.
또한 건축 재료가 발전함에 따라 토속벽돌, 화강석, 알루미늄 쉬트판넬 등 여러 종류의 외장 재료를 사용해 학교시설의 입면을 다양하게 계획했으며, 구조부 역시 철근 콘크리트 이외에도 철골조 매스가 포함된 학교시설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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