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서 입지 강화 방안 절실

2013.08.01 09:00:00

한국사 교육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런 우려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한국사 교육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사 교육을 둘러싼 현실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가 바뀌고 있는데 지금까지 보여 준 상황을 참고해 보면 향후 한국사 교육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축소
한국사 교육은 1973년 이후 국사과로 독립할 때만 해도 과목의 외형적 위상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사회과 통합이 강화되면서 외형마저도 무너지고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축소를 거듭해왔다.

그나마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와 고교 1학년에 한국사와 세계사가 통합된 ‘역사’ 과목을 둬 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비록 이전 시기에 축소된 시수를 되살려내지는 못했지만 세계사적 흐름과 연계해 한국사를 학습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여기에다 고등학교 2~3학년에서는 선택과목으로 3시간의 한국문화사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교육과정은 제대로 현장에 시행되지도 못한 채 급박하게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전환됐다. 종전과 달리 한국사는 고등학교 전 학년에서 선택과정으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사는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남게 됐다. 게다가 한국문화사도 폐기됐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하고 과목 수를 줄이게 된 취지는 나날이 지식이 점증하고 새로운 기술이 생성되고 있는 지식기반 사회, 그리고 국가의 경계가 무너지고 지구촌화되고 있는 급박한 사회변화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동시에 학습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이 운용되는 현실이 대학입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직시했다면 이런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개인의 적성과 능력이 아니라 상급학교인 대학 진학의 유·불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시수 확보 어렵고, 선택조차 꺼려
이런 현실 앞에서 한국사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먼저 고등학교의 선택과목 운영은 그 시작부터 과목 간의 극심한 불균등성을 갖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영·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 시 이 과목들이 일단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남은 시수를 사회탐구, 과학탐구, 체육·예술, 생활·교양 과목이 나누어 가진다. 이렇게 확보된 사회탐구의 소략한 지분 위에 한국사는 다시 사회과 내 다른 과목들과 쟁탈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사는 역사학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나 인간 행위의 과정을 서술해야 하므로 다른 어떤 사회과목보다 학습 분량이 과다하다. 그런데 소략하게 할당받은 시수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니 학생들이 느끼는 학습부담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를 어떻게 주 2.5시간 정도의 시수로 끝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선택과정 속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사를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게 된 것이다.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로 연결된다면 고등학교 3년간 단 한 번도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이 속출할 수 있다. 결국 이 시대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중학교 때 배운 한국사 학습 경험만으로 평생의 한국사 상식을 대신할 따름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구난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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